11일 “기생바위 근처까지 들어와” 12일엔 얼버무려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 신빙성 없는 北주장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단서가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북한 측 주장의 신빙성이 무너지고 있다. 사건 진상에 대한 북한 측 주장에 따르더라도 중대한 거짓이 명백히 드러나 남북 공동의 진상 및 현장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해자 동선에 대한 북한의 의심스러운 해명=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오전 브리핑에 이례적으로 사건현장 지도를 들고 와 북한 측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북한 주장대로라면 치마를 입은 50대 여성이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래사장을 3.3km나 이동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우선 박 씨가 11일 오전 4시 30분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선 것은 호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명백한 사실이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은 12일 담화를 통해 박 씨가 총에 맞은 시간이 4시 50분경이라고 밝혔다. 박 씨가 호텔을 나선 지 20분 만에 쓰러졌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정밀 측정한 현장 지도에 따르면 박 씨는 총 3.3km의 모래사장을 이동한 셈이나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3.3km는 △호텔에서 해수욕장 입구(706m) △해수욕장 입구에서 군사경계구역을 알리는 펜스(428m) △펜스에서 북한군 초병이 박 씨를 제지했다고 주장하는 기생바위(1200m) △박 씨가 정지 요청 및 경고사격을 받고 도망친 뒤 총을 맞았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곳까지의 거리(1000m)를 모두 합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11일 현대아산에는 “박 씨가 기생바위 근처까지 침입해 제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에서는 “우리 군사통제구역 깊이까지 침범하였다”며 박 씨의 최종 진입 지점을 슬쩍 얼버무렸다.

객관적인 정황을 종합하면 박 씨가 펜스에서 1.2km 떨어진 기생바위까지 걸어갔다는 북한의 첫 주장은 박 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거짓 발표다. 박 씨가 경계구역을 불과 몇백 m 넘은 상태에서 총격을 받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제지 경고와 경고사격도 했는지 의문=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은 “그를 발견하고 서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응하지 않고 달아났으며 공탄(공포탄)까지 쏘면서 거듭 서라고 하였으나 계속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측 목격자인 경북대 사학과 2년 이인복(23) 씨는 “펜스 너머 북쪽에서 10초 정도 간격으로 두 발의 총소리와 ‘악’하는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이 증언이 맞는다면 정지하라는 고함을 질렀다거나 공포탄을 쐈다는 북한 주장은 거짓말이 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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