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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3일 2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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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사건 발생 8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늑장 보고였지만 11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개원연설까지 50분의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원고 내용을 바꾸거나 별도로 유감 표명을 했어야 함에도 준비해 간 원고를 그냥 읽었다. 이 사건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에 적힌 대로 북한에 ‘전면적 남북대화’까지 제의했다. 금강산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대통령 연설에 박수를 친 국회의원들과 연설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이 기만당한 기분이 안 들겠는가.
이 대통령은 국회 연설이 끝나고서도 2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이 사건을 거론했지만 “국민이 희생된 데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이 고작이었다. 관계 장관 대책회의도 다음 날 오전에야 소집됐다. 대통령은 늑장 보고에 대해 관계자들을 질책했다지만 형식적인 책임 회피용으로 들릴 뿐이다. ‘그저 일 잘하겠다는 막연한 다짐→구체적 사안에서의 안이한 대처→적당한 질책 아니면 상투적 반성’이 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지경이다.
국무총리는 뭘 했고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 그리고 청와대 참모들은 또 뭘 했는가.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면 누군가 나서서 일깨워줘야 하지 않았겠는가. 그들 역시 판단력과 상황대응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명색이 국정의 컨트롤타워라는 청와대 측이 “이번 사건과 대통령 국회연설은 별개”라고 한 것은 그들의 판단력을 전면 불신하게 만든다. 이런 안이한 자세로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한단 말인가.
북은 사건 발생 4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현대아산에 통보했고, 우리 정부엔 알리지도 않았다. 현대아산은 그로부터 2시간 후에 통일부에 보고했고, 사건 발생에도 불구하고 당일 오후 관광객 370여 명을 금강산으로 보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해온 지 10년이나 되는데 정부가 그동안 북과 현대아산을 어떻게 관리해 왔기에 이 모양인가. 통일부가 사건 발생 11시간이 지나서야 금강산 관광 잠정 중단을 발표한 것만 봐도 이 정부의 무신경을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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