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4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국무총리를 잇달아 예방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반 총장에게 “다음주 주요 8개국(G8) 확대 정상회의에서 반 총장이 역동적으로 추진해 온 기후변화협약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하고, 내년 말까지는 탄소저감의 구체적 목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고유가와 관련해 “산유국과 비산유국, 생산국과 소비국 간 회담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 경제가 심각해지고, 일부 국가가 파탄에 빠지면 세계 평화 유지에도 지장이 크다”면서 “유엔이 리더십을 발휘해 회담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 총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문제가 적극적이고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다”며 “한중일 간 협력관계가 격상된 것은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개도국들이 고속성장의 상징인 이 대통령의 신화를 배우려고 한다. 아프리카와 협력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은 정부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국민의 안녕이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다”면서도 “국민들도 정부를 적극적으로 믿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제기준, 국제합의를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북한의 요청이 있다든지 사태 진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유엔 총장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단 다르푸르를 비롯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과 기후변화 및 식량위기 해결 협조, 공적개발원조(ODA) 획기적 증진 등을 한 총리에게 요청했다”면서 “기후변화 특사로 활동한 한 총리의 적극적인 리더십하에 한국이 기후변화 협상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 밖에 국립현충원 참배, 주한외교사절 초청 환영 조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회의 등에 참석했다.
반 총장은 당초 국회 본관에 들러 국회의장을 예방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공전과 국회의장 선출 불발로 이 일정은 무산됐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