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만 생각했다면 재협상 카드 꺼냈을 것”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특별회견 관심 집중 19일 오후 서울역 맞이방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TV로 생중계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특별회견 관심 집중 19일 오후 서울역 맞이방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TV로 생중계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쇠고기 추가협상 - FTA추진 배경 설명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쇠고기 추가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장관 고시를 할 수 없고 수입을 재개할 수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 조건은 반드시 들어줘야 한다. 보장하지 않으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을 받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다소 서두른 이유와 재협상이 아닌 추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만큼 재협상 선언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순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취임과 동시에 찾아온 국내외적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한미 FTA 연내 비준의 핵심 쟁점인 쇠고기 협상에 나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매년) 34만 개의 좋은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국내총생산(GDP)도 10년간 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으며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예상됐다”며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졸속 협상’ 논란이 나온 데 대해 비교적 솔직한 화법으로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한미 FTA 연내 비준을 추진하다 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고,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챙겨 봤어야 했고,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이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 해소와 통상 마찰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촛불 민심만을 생각했다면 오히려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것이라며 인간적 고뇌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재협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저에게 ‘일단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고 보자’는 이야기도 했다”며 “국내 문제라면, 저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재협상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많은 갈등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변변한 자원조차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통상밖에 없는데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재협상 선언으로)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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