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난은 식량부족 아닌 정책 실패 탓”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11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 산하 경제 에너지 실무그룹 수석대표 회의를 앞두고 남북 수석대표 간 사전 준비회의가 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측 대표인 황준국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왼쪽)과 북측 대표인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회의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11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 산하 경제 에너지 실무그룹 수석대표 회의를 앞두고 남북 수석대표 간 사전 준비회의가 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측 대표인 황준국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왼쪽)과 북측 대표인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회의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北당국 식량통제권 재확보 과정서 부작용 생겨

한국정부 지원 가능해지면 모니터링 강화해야

■ ‘북한 식량 상황’ 토론회

최근 북한의 식량난은 정부가 주민에 대한 식량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사용한 정책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석 박사는 4일 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식량 상황 평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이런 정책의 변화 없이 외부에서 무조건적으로 식량을 지원하면 취약계층을 돕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일방적인 혜택을 줄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 박사는 “북한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장과 텃밭 등을 단속하면서 주민에 대한 배급제를 강화해 왔다”며 “그러나 수해가 잇따르고 한국 등의 외부 식량 지원이 불확실해지자 올해 들어 일부 주민에게 곡물 재고 방출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의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배급도 함께 줄어들자 일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식량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

이 박사는 “한국은 북한 식량난이 단순한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및 국제사회에 이 사실을 널리 알려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더 허용하면 식량의 생산과 유통이 활발해져 외부 지원과 관계없이 식량난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토론에 참여한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평양 등의 돈 있는 주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대비해 식량을 사재기하는 것도 이번 식량난의 원인”이라며 “시장메커니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제동이 곳곳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의 대북 식량 50만 t 지원이 알려지자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 등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이 사재기 현상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

첫 발제를 한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는 “북한 주민들은 올해 6월 말∼7월 초 이모작 작물 수확으로 1개월∼1개월 반 정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얻겠지만 8월 중순 이후 가을 수확 때까지 가장 힘든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정부 차원의 직접 차관 방식 이외에도 대한적십자사나 세계식량계획(WFP) 등 비정부기구를 통하거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패키지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권 박사는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이 가능하다면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취약계층, 특히 최근 수해 등의 피해가 심각한 농민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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