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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3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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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대 1'이 아닌 `1대 2' 체제로 교섭단체를 구성해 원내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지난 15대 국회(신한국당. 새정치국민회의. 자유민주연합) 이후 처음 있는 일로, 협상의 틀 자체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의 정치력이 그 만큼 많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홍준표 차기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성향의 분들이 많다"며 "같은 이념과 정책을 가진 정당이 있다면 원내 협상 과정에서 중간자적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1대1 협상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진정성을 갖고 임하면 협상은 제대로 될 수 있다"며 교섭단체 증가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내협상의 실무를 담당할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내정자도 "대야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 홍 원내대표의 입장인 만큼,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교섭단체가 되건 안 되건 별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공감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자유선진당은 기본적으로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이념적 괴리감은 미미하다. 경제나 대북정책 등 중요 분야에서는 차이점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연적으로 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으로서는 `혹'을 하나 더 갖게 됐다는 것이 당내 대체적 기류다.
실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애초 한나라당과 같은 편에 섰던 선진당이지만,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계기로 `쇠고기 재협상'과 비준동의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면서 민주당 및 민노당과 손을 잡은 것은 이 같은 우려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게 한다.
당장 조윤선 대변인이 구두 논평을 통해 "색깔과 정체성이 맞지 않는 두 정당이 오로지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당리당략을 위해서만 연대한다는 것은 정치 발전을 심각하게 그르치는 행위"라고 비판한 것은 한나라당의 고민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당직자는 "교섭단체가 3개로 늘어나면 아무래도 카운터파트가 많아지는 만큼 원내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외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제4의 교섭단체 구성 여부도 앞으로 주목된다.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은 외부 친박 인사들의 교섭단체 구성 여부 역시 박근혜 전 대표의 요청대로 이달 말까지 가부간에 복당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거나, 이들이 공감할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즉각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홍준표 원내대표의 정치력 발휘 여부가 주목받는 부분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10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한 한나라당의 원내 협상력에 대한 의구심을 깨끗이 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