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공직 왜 하는지 생각 덜한 사람 많아”

  • 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美日 순방 결과 설명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5일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등 5부 요인과 함께 청와대 내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일본 순방 결과 등을 설명했다. 이종승  기자
美日 순방 결과 설명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5일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등 5부 요인과 함께 청와대 내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일본 순방 결과 등을 설명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일부 수석비서관의 부동산 보유 과정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부 공직자들의 ‘공복(公僕) 의식’ 부족을 강도 높게 질타하며 헌신과 희생의 각오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취임한 지 딱 두 달 됐다”며 “당면 현안 업무에만 매달려서 바쁘게 돌아가다 보면 자칫 길을 잃어버리고, 목표를 잃을 수가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가 제 방향을 잃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꾸준히 점검을 해야 한다. 나 자신도 그렇지만 수석비서관이든, 1급이든 6급이든, 내가 왜 공직자가 되려고 하는가, 공직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런 것들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런 생각이 좀 덜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경로로 들어왔다 할지라도 그냥 늘 해 오던 대로, 그 경험한 것을 갖고 공직생활을 하겠다면 제대로 된 공직자가 되지 못한다”면서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공직에는 헌신이 필요하고, 봉사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들은 이곳(청와대) 오기 전에 돈벌이도 좋고, 대우도 좋은 자리를 두고 온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공직자는, 특히 청와대 공직자는 헌신이나 봉사정신이 없으면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연 내가 헌신하고, 봉사하고, 희생할 만한 결심이 되어 있는가, 이런 것을 스스로 점검할 기회도 없이 들어온 사람도 있다고 본다”면서 “희생의 각오를 갖고 들어와야 하고, 그래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청와대는 근무할 때와 떠난 후에도 상당한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자리”라며 “지난 두 달 동안 청와대는 ‘부자들이 모여 있나 보다’ 이런 인상은 줬지만, ‘야, 정말 기민하게, 정말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일의 핵심을 파악해서 딱 딱 할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아직은 굳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 같은 이미지를 형성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그때마다 거기에 휘말리거나 거기에 몰입해 버리면 점점 능력이 떨어진다.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엄격한 자기관리와 희생의 자세 없이는 이명박 정부의 창조적 실용주의를 실현하는 청와대에서 함께할 생각을 말라는 경고와 채찍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그는 “특정 인사에 대한 인책이나 사퇴와 무관하게 일반적인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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