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간부 연봉 깎는다…李대통령 “실적 비해 보수 많아”

  • 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민간 전문가 실사 거쳐 임금 체계 조정할 듯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일부 공기업은 현재 하는 일이나 실적에 비해 기관장 등 간부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있다”며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손질하라고 청와대와 관계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진행 중인 공기업 기관장의 인사 개편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나라당과의 협의를 거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 임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이 최근 일부 금융 공기업에 대해 ‘외국 IB(투자은행)처럼 리스크를 안고 사업하지 않고 대부분 여신(與信)으로 먹고살면서 무슨 연봉을 수억 원씩 받느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며 “경영평가 등을 기초로 해당 기관장 등의 보수를 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보수책정위원회’(가칭)를 둬 각 공기업의 실적 등을 실사해 기관장의 임금을 책정토록 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각 공공기관의 이사회가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책정하면 이를 공공기관운영위가 심의 의결하는 식으로 보수가 책정되고 있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특히 수년 전부터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고용 안정성과 함께 높은 임금을 받아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일부 금융 공기업을 우선 손질 대상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공기업 기관장 연봉(기본급+성과급+급여성 복리후생비 등·시간외 및 연월차 수당과 업무추진비는 제외)은 한국산업은행이 7억421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은행(7억2289만 원) 한국수출입은행(6억8000만 원) 산은캐피탈(5억2952만 원) 한국투자공사(4억8000만 원) 등의 순이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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