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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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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친박근혜)연대’와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로 한나라당이 연일 시끄럽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김무성 의원이 11일 한목소리로 ‘친박 당선자들의 조기 복당’을 주장했으나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맞섰다. 당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가는 형국이다.
○ 박근혜 “복당 받아들여라” vs 강재섭 “논의 시기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대구 달성군 선거사무소에 당선 인사를 하러 온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당선자 24명을 만나 “잘못된 공천으로 원인이 제공됐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선자를 한 사람씩 선별적으로 받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모든 게 바로잡혀지고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우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초상권을 많이 침해해서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한나라당은 저희에게 친정이다. 박 전 대표의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구 모임에서 “공천이 잘못된 것은 국민이 심판했고, 우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돕겠다는데 받아주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민들이 경종을 울렸으니 박 전 대표와 화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2004년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지만 나중에 선거법 위반이 문제가 돼 과반이 무너진 적이 있다”며 “153석을 얻은 한나라당도 선거법 때문에 과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날 친박연대의 ‘당 대 당’ 통합 요구와 관련해 “그것은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는 민심을 왜곡해선 안 된다. 앞으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유선진당과 통합하는 것이나 친박연대와 통합하는 것이나 모두 똑같은 개념”이라면서 “정당을 깨고 합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 나온 것이다.
친박 당선자들은 이어진 만찬 모임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당선자 전원이 앞으로 복당 문제 등에서 행동을 통일하자”고 결의했다고 유기준 당선자가 전했다.
이날 모임에는 친박연대에서 서청원 홍사덕 박종근 홍장표 박대해 조원진 양정례 김노식 김을동 정하균 정영희 노철래 당선자와 친박 무소속인 김무성 이경재 이해봉 이인기 김태환 유기준 한선교 최구식 이진복 유재중 성윤환 정해걸 당선자 등이 참석했다. 친박연대의 송영선 김일윤 당선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 복당 신경전
이어 친박연대 서청원 홍사덕 당선자와 친박 무소속 당선자인 김무성 한선교 이해봉 이인기 의원 등은 대구 경북대병원의 강 대표 부친상 빈소를 방문해 복당 문제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다.
서청원 대표는 상주인 강 대표에게 “고생했는데 소주 한잔 하라”고 말을 건네며 다소 서먹한 분위기를 풀어갔다. 이에 대해 강 대표도 “우리가 다 한편”이라며 화답했다.
김무성 의원은 “(강 대표가) 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강 대표는 “내가 부산 갔을 때 부산 사람들이 야유했죠”라고 맞받았다.
이어 옆자리에 있던 한나라당 현기환 당선자가 김 의원을 의식한 듯 “형님(김 의원)도 내 지역구에 친박연대 후보의 지원 유세를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나는 가서 (현 당선자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강 대표에게 “상가에 오면 복당을 받아줄 것 같아서 왔다”며 농담을 건넸지만 강 대표는 복당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 김 의원은 국회 비리 연루자에 대한 공천 반대를 주장했던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을 상가에서 만나 “이제 나를 자를 일 없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을 건넸지만 인 위원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에 앞서 서청원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친박연대가 살살 빌면서 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친박연대 의석수가 14석이다. 다른 무소속이나 보수 정당과 연계해 우리가 교섭단체(20석)를 만들면 된다”며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