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선거 하긴 하나요?”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강남에서도 선거하나요. 여긴 누가 출마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서울 강남구 논현동 거주 40대 주부)

서울 강남지역이 유권자와 언론의 무관심 속에 총선을 치르고 있다. 사실상 18대 총선의 무풍지대인 셈이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지역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지명도 높은 다선 의원이나 유력 신인들이 전략 공천돼 관심을 끌어 왔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강남을 ‘총선 마스코트’로 활용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김덕룡(서초을·5선) 맹형규(송파갑·3선) 박계동(송파을·재선) 의원 등 한나라당의 거물 중진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한나라당 이종구(강남갑) 공성진(강남을) 이혜훈(서초갑) 의원 등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도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초선 의원이고 다른 당 상대도 지명도가 낮아 선거 초반부터 ‘싱거운 게임’이 되고 있다.

현재 여야 모두 강남권을 ‘한나라당 절대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바람에 언론사들도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송파병에서는 통합민주당 김성순 후보와 한나라당 이계경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성진 의원은 7일 통화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 투표율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현재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선이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들은 거리 유세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데다, 다른 당 후보들까지 비용 절약을 위해 선거운동원 수를 최소화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선거 분위기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한 60대 유권자는 “한나라당 후보 정도만 이름을 알고 나머지는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른다”며 “음성 녹음 내용을 확성기로 홍보하는 차량만 간혹 다니고 선거운동원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남갑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김성욱 후보는 ‘존경받는 강남’이란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거꾸로 걸어 유권자의 눈길을 잡으려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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