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 3차장 내부 승진… 김성호 원장 후보자 노선 온건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물갈이 걱정 끝” 고위직들 안도

“개혁 물 건너가” 일부직원 한숨

10일 단행된 국가정보원 차관급 인사와 김성호 신임 원장 후보자의 온건한 개혁 노선에 대해 내부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에 따른 급격한 인사 및 조직 변동을 우려했던 고위직 간부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조직 내 해묵은 문제점들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지기를 원했던 일부 직원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내부 인사로 전옥현 해외정보국장과 한기범 북한정보실장이 각각 1, 3차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간부 A 씨는 11일 “두 사람 모두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라고 평가했다.

20여 명의 나머지 1급 간부는 이번 인사로 고위직 용퇴 요구 등 대규모 ‘물갈이’와 고위직 축소 등의 우려가 확실하게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김 원장 후보자가 현상 유지 아래 미세 조정을 골자로 하는 현 기획조정실의 조직 개편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조직 사정을 잘 아는 ‘최고참 선배들’이 차관급 네 자리의 절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견 간부 B 씨는 “김만복 전 원장이 낙마한 이후 조직 기강이 다소 문란해졌지만 이제 다시 조직 특유의 ‘뭉쳐서 뛰자’ 정신이 발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비판적 시각도 있다. 중간 간부 C 씨는 “이번에도 외부에 의한 개혁이 물 건너갔으니 자정능력을 상실한 국정원은 앞으로 영영 개혁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혀를 찼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안을 마련한 후 전전긍긍했던 고위 간부들은 최근 다시 ‘자리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선거 관련 사건에 휘말려 조사 대상에 오르내렸던 간부 D 씨는 원장 직속의 요직이자 각종 내부 비리를 조사하는 감찰실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었다가 청와대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비대해진 국내 파트의 간소화와 효율화 △직급제 폐지, 객관적인 평가와 경력관리 제도 도입 등 인사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북 정보 분석 업무에 종사하는 E 씨는 “지난 10년 동안 대통령과 원장 등의 입맛에 맞는 ‘햇볕정책 옹호 정보’를 생산한 직원이 높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정보의 정치화’ 현상을 낳았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직원은 김 원장 후보자가 삼성 떡값 수수와 ‘행복재단’을 통한 기업 돈 15억 원 모금 등 개인 문제로 국회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내부 의견 수렴과 현황 파악도 없이 형식적인 조직 개편 방안을 수용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金원장후보자 청문회 18일 개최▼

여야, 김용철 변호사 출석요구 합의

여야는 11일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18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앞서 청문회 파행의 원인이 됐던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 출석 문제와 관련해 12일 정보위 차원에서 김 변호사에게 인사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또 한나라당이 증인으로 신청한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에 대해서도 출석 요구서를 보내기로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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