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사이에 선율이 흘렀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6일 평양에서 미국 교향악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역사적인 북한 공연을 가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인 뉴욕필은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평양 동평양극장에서 음악감독 로린 마젤 지휘로 북한 청중들 앞에서 연주를 펼쳤다. 이날 공연은 남북한에서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미국과 중국 등에도 동시에 중계됐다.

뉴욕필은 이날 무대 좌우에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걸린 가운데 공연 메인 프로그램으로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3막 전주곡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 세 곡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차분하면서도 열정이 담긴 갈채로 연주에 화답했다.

메인 프로그램에 앞서 뉴욕필은 미국 국가와 북한 국가를 연달아 연주했다. 북한 정권 통치 아래의 평양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공연에 이어 갈채 속에 이어진 앙코르 순서에서 뉴욕필은 전통민요 '아리랑'을 북한 목관 연주자 6명과 협연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콘서트에 앞서 뉴욕필 단원들은 이날 오전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의 음악교사와 음대 학생 등 1500명의 관객이 참관한 가운데 지휘자 마젤의 설명을 곁들인 최종 리허설을 가진 뒤 오후에는 평양음악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스터클래스(강습)를 개최하고 음악 CD와 악보 등 선물을 증정했다.

뉴욕필 단원들은 27일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단원들과 실내악 협연을 가진 뒤 오후에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서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뉴욕 필은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이번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갖는다.

평양=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