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대물림 반드시 끊겠다” 대목서 유난히 힘줘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2분


盧 전 대통령 배웅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귀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웅하며 나란히 걷고 있다. 이종승 기자
盧 전 대통령 배웅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귀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웅하며 나란히 걷고 있다. 이종승 기자
■ 취임식 이모저모

《새 정부는 희망이 필요한 국민과 함께 출발했다. 부산에서 온 김대현(42) 씨는 “아이들과 새 정부 출범을 보고, 함께 새 출발을 하자는 뜻을 전해 주고 싶어 참석했다”며 가족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25일 오전 10시 52분 이명박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국회 앞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17대 대통령 취임식은 취임연설 중간에 박수가 33번이나 터져 나오고 대통령과 시민들의 악수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상보다 21분 늦어진 오후 12시 21분경 마무리됐다. 4만5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취임식은 무대 높이를 1m 낮추고 대통령이 걸어서 입·퇴장을 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었다.》

▽대통령 입장과 취임 선서=이 대통령 내외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으며 의사당 정면을 향해 200m가량 걸어 들어온 뒤 청사초롱을 든 남녀 어린이의 안내를 받아 연단 위 좌석에 도착했다. 대통령 내외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오른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특히 김윤옥 여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단상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하면서 가벼운 인사말을 건넸고 한자리에 모인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참석 내외빈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취임식에는 3부 요인을 비롯해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빅토르 줍코프 러시아 총리 등 외국의 주요 경축사절이 참석했다.

오전 11시 개식 선언으로 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팡파르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서 취임식의 막이 올랐다.

▽취임 연설=이 대통령은 ‘T자’형 단상의 객석 방향에 설치된 연단으로 이동해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말하는 순간 취임식은 ‘조용한 절정’을 맞은 듯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의 대물림은 반드시 끊겠다”는 부분에서 유난히 힘을 주어 연설했다. 가난한 시골 소년이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장면이 겹쳐지는 듯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연설의 마지막 부분도 원고에 있던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신 ‘대통령부터 더 열심히 섬기고 일하겠습니다’라고 수정하며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연설이 끝나자 서울시향이 연주하고 연합합창단이 합창한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가 9분 동안 취임식장을 가득 채웠다.

이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가는 노 전 대통령을 깍듯한 예우를 갖춰 배웅했다.

이 대통령이 퇴장 행진을 할 때는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이 작곡한 ‘시화연풍(時和年豊·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 아리랑’과 행사장에서 나눠준 빨강 파랑 노랑 목도리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화합의 물결을 연출했다.

▽참석자들의 희망=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김재준(65) 씨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통합해 양분된 상처를 치유해 주기 바라고, 한미관계 등 흐트러진 외교 문제를 재정비해 선진국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 주기 바란다”고 고대했다.

이 대통령 모교인 경북 포항시의 동지상고(현 동지고) 후배라고 밝힌 이상구(61) 씨는 “이 대통령은 풀빵 장사를 하며 어렵게 공부하면서도 크게 성공한 매우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며 “5년 뒤 대통령 직을 떠날 때도 우리나라를 빛낸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시민들 오전 5시부터 모여들어

일일이 악수… 행사 21분 길어져▼

▽이른 아침부터 시민 몰려=국회 주변에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입장 30분 전인 오전 8시에는 국회 정문 주변과 인도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10여 곳의 임시 출입구와 경찰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행사장에 입장했고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취임식 장면을 지켜봤다.

초청장을 가지고 오지 않은 시민들도 행사장에 입장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곳곳에서 작은 마찰이 일기도 했다.

식전 행사는 개그맨 김제동 김학도, 아나운서 최원정 씨의 진행으로 다양한 문화이벤트가 펼쳐졌다. 선행을 많이 한 가수 김장훈 씨는 ‘우리 기쁜 날’을 열창하며 새 정부 출발을 축하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동지상고 동문과 그 가족 모임인 ‘형산포럼’ 회원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국회 앞에 도착해 오전 7시경 커피와 귤 등을 나눠주는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집회도 잇달았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50여 명은 국회 정문 부근에서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소속 회원은 새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이 미흡하다며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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