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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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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2일 표면적으로 “수사에 문제가 있다”며 특검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날을 세웠지만 내심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BBK 공세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다시피 한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다.
‘이명박 특검’은 지난해 대선 직전 민주당(옛 대통합민주신당)이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감수하며 밀어붙인 법에 따라 실시된 것이다. 더욱이 특검을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특검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특검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집요하게 제기했던 이 당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선 국면에서 폭로한 각종 의혹 대부분이 ‘허위 주장’이었다는 것이 특검 수사로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소, 고발한 민주당 인사들은 이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벌써 당내에서는 이들이 당을 위해 총대를 멘 만큼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더라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당 일각에서 “차라리 검찰이 의원들을 소환하고 잡아가서 ‘탄압받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으로선 수세에 몰린 셈이다.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정봉주 총선기획단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강금실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정치 보복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연일 ‘정치 보복’ ‘야당 탄압’ 등을 외치며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대화합’ 차원에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 기간의 각종 네거티브 주도자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고소, 고발 취하는 이제 정치권의 미덕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네거티브 악습의 고리를 단절시켜 선거혁명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