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신세”

  • 입력 2008년 2월 6일 02시 58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 정치의 새 길을 떠나고자 한다”며 탈당을 예고하면서 당 혁신안 부결로 촉발된 당내 노선 투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 정치의 새 길을 떠나고자 한다”며 탈당을 예고하면서 당 혁신안 부결로 촉발된 당내 노선 투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민 기자
노회찬 의원 탈당 선언… 비대위 지지자 동참 움직임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노회찬 의원이 5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노당은 3일 임시 당 대회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 보존 논리에 갇혀 병폐를 묵인해 온 과거와 결별하겠다. 민노당 창당 정신을 새로운 시대적 가치와 접목시키면서 민노당의 성과를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탈당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민노당 후보로 4·9 총선에 입후보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마찬가지 신세가 됐다. 나는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킬 책임이 있는 사람이며 많은 승객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상당수 지지자와 함께 탈당할 것임을 시사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안을 지지했던 박용진(서울 강북을 총선 후보) 전 대변인, 박치웅(서울 강동을 총선 후보) 강동구 위원장 등 민노당 서울지역 총선 후보 및 지역위원장 20명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민노당 이름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에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리 심각한 해당행위를 해도 징계를 내릴 수 없는 당이 어떻게 노동자, 서민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면서 “혁신안이 채택되기를 기다린 당원들은 이제 미련 없이 당을 떠나고 있다. 새로운 진보정치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의원 및 서울지역 총선 후보들은 설 연휴 기간 중 지지자들을 규합한 뒤 함께 행동할 것으로 알려져 연쇄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민노당을 탈당한 조승수 전 의원이 3월 중 창당을 목표로 준비하는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노당 천영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직무대행 수락 의사를 밝혔다.

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는 ‘편 가르기’ 식 낡은 사고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단결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되며 진보세력 사이의 분열과 대립은 공멸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상정 노회찬 두 의원은 창당 이후 지금까지 풍찬노숙을 같이 했던 분들”이라면서 “두 분에게 평등파와 자주파의 논리, 다수와 소수의 숫자놀음에 연연하지 말자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