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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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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당선인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접수
김현철씨는 불출마… 이달말께 후보발표
심사료 80만원… 특별당비 등 30억 수입
한나라당의 4·9 총선 공천 경쟁률이 역대 최대인 5.1 대 1로 마감되면서 신청자 간의 치열한 ‘공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 공천 신청접수 마감일인 5일 접수창구가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는 하루 종일 공천신청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마감시간인 오후 5시를 앞두고는 400여 명의 신청자들이 몰려들어 밤 12시 무렵까지 접수가 계속됐다.
○치열한 경쟁 벌어지는 관심지역
용퇴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이날 지역구인 경북 포항 남-울릉에 공천 신청을 했다.
당 소속 지역구 현역 의원 중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3선의 김용갑(경남 밀양-창녕) 김광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의 지역구로 공천 신청을 했다. 21명의 비례대표 중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김애실 의원과 청와대 입성이 예정된 박재완 이주호 의원,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의원이 공천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방송인 유정현 씨와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는 서울 동작갑에 함께 공천 신청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해 온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은 “두 사람 모두 당의 정권교체에 기여한 바도 없이 실세 정치인의 뒷배를 믿고 공천을 받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대선 당시 당 클린정치위원으로 활동하며 범여권의 BBK 주가조작 공세를 방어했던 고승덕 변호사는 당초 서울 광진을로 출마하려 했지만, 부인이 공천헌금 사건에 연루됐던 김덕룡 의원의 서울 서초을로 방향을 틀었다.
경남 거제에서 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공천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현철 씨는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면서 출마 결정을 꺾게 됐다”며 “한나라당 공천이 안 될 경우에는 무소속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는 불출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강민 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심사기준과 관련해 “9일 시작되는 공천심사는 매우 어렵고 민감한 작업이기 때문에 매일 회의를 열고 엄정히 심사할 생각”이라며 “당선 가능성을 포함해 자질, 인품 등을 두루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심위는 25일까지 심사를 끝내고 2월 말∼3월 초에 지역구별 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단수 후보를 압축하지 못한 지역은 경선을 통해 3월 중순까지 후보를 선출하고 비례대표 후보도 그 무렵 발표할 계획이다.
○장사진 이룬 여의도 당사 안팎
이날 여의도 당사 주변은 장사진을 이뤘다. 수백 명의 공천 신청자와 측근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늦은 밤까지 순서를 기다리느라 인근 식당과 커피숍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14명의 당직자가 접수 업무에 매달렸지만 밀려오는 공천신청 대열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 공천 신청자는 “신청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더니, 번호표가 170번이었다.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이번부터는 제출 서류가 21가지나 되고 항목도 엄격해져 서류 미비로 되돌아가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신청자는 특별당비를 내지 않아 접수가 반려되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공천신청 심사료 명목으로 80만 원씩을 받아 10억 원의 부수입을 챙겼다. 의원의 경우 특별당비 명목으로 매달 30만 원씩을 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당비 납부가 필요 없지만 특별당비 납부실적이 없는 정치 신인들은 6개월 치인 180만 원도 내야 한다. 이 돈까지 합할 경우 공천신청을 통해 한나라당이 벌어들인 수입은 3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