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여전히 낡은 질서가 지배”… 심상정 대표직 사퇴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소임 못 이뤄 죄송”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포함한 비대위 총사퇴 선언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소임 못 이뤄 죄송”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포함한 비대위 총사퇴 선언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이 3일 임시 당 대회에서 ‘일심회’ 관련자 제명 조치를 포함한 혁신안 통과가 무산된 뒤 ‘분당’ 움직임 등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보낸 최후통첩을 겸허히 받들어 민노당을 새로 태어나게 하라는 소임을 맡았으나 기대와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대표직을 사퇴했다.

심 대표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말만 나오면 실제 사실과 상관없이 경계를 넘어선 일탈 행위라도 용인해야 했다”면서 “공당인 민노당을 정파 연합을 넘어 정당 연합의 수단으로 활용해도 문제 삼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당 대회에서) 당원의 신상정보와 내부 기밀을 외부 세력에 넘기고 지시를 받아 활동해도 국보법 위반자이기 때문에 잘못을 물을 수 없다는 역설을 목도해야 했다”면서 “유독 국보법 위반 사건에서 만큼은 진보 운동의 상식과 이성이 마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당 대회를 통해 많은 국민과 당원은 민노당 안에 여전히 낡은 질서가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혁신안은 부결됐지만 우리가 가려는 혁신의 길, 믿음직한 진보정당의 길은 오히려 뚜렷해졌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설 연휴 동안 충분히 고민하겠다. 국보법 문제로 혁신안이 왜곡됐는데 과연 북한과 음성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계속 용인돼야 한다는 뜻인지 자주파의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자주파의 자세 변화가 없을 경우 탈당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회찬 단병호 의원 등과 당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혁신안 원안 통과를 주장했던 평등파(PD) 노 의원은 탈당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한 측근은 “노 의원이 주위 사람들과 긴밀히 의견을 나눈 뒤 5일 오전 중 향후 진로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의원의 한 측근도 “단 의원이 오늘 ‘설 연휴 말미까지 생각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면서 “당원들이 고민하는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용진 전 대변인 등 혁신안을 지지했던 서울지역 총선 출마 예정자와 지역위원장 등 20여 명도 5일 탈당 및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민노당원인 홍세화 씨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5일까지 탈당하겠다. 진보신당이 만들어지면 평당원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국민과 일반 당원의 민심을 전혀 모르는 당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면서 탈당 사실을 알리는 당원의 글이 줄을 이었다.

글쓴이 ‘반향’은 “창당과 함께한 자식과도 같은 당을 오늘 떠난다. 혁신안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는데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난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한편 앞서 탈당한 강경 평등파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조승수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 대표의 사퇴는 민노당이 스스로 구원자를 버린 결과”라면서 “이제 민노당은 친북당, 종북주사파당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중 신당을 창당하고 총선에서 5% 득표율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새 당에서) 어떤 기득권도 주장하지 않고 청소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당분간 천영세 원내대표의 임시지도부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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