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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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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시설의 해체 및 핵 기술자 관리 등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협력적 위협 감축(CTR)’ 및 ‘주요 8개국(G8)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수용하겠다는 사인을 미국 측에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인 핵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와 미 상원 외교위원회 키스 루스 전문위원 등 핵 전문가들이 다음 주 잇따라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에서는 국제학술회의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가 논의되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신고 문제는 여전히 교착 상태여서 북한이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핵과학자 등 잇따라 방북=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헤커 박사 등에 이어 3월에는 스탠퍼드대 존 루이스 명예교수를 비롯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에 들어간다.
소식통들은 31일 “헤커 박사 팀의 방북은 북한이 ‘넌-루거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취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이 이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이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전했다.
넌-루거 프로그램은 1991년 미 상원 샘 넌, 리처드 루거 의원의 주도로 만들어진 법안에 근거한 것. 우크라이나 등에 남아 있던 옛 소련의 핵무기 해체를 돕기 위해 미국이 자금과 기술, 장비, 인력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넌-루거 프로그램은 알바니아 등 세계 곳곳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에 적용돼 지금까지 7206개의 핵탄두, 667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해체하는 실적을 올렸다.
‘비확산 지원’ 및 ‘협력적 위협 감축’ 프로그램으로도 불리며 2002년 캐나다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럽연합과 일본 등이 재정 지원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파트너십 북한 적용 토론=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1일 북한대학원대, 주한 캐나다 대사관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대량살상무기 위협 감소’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를 열고 이 프로그램의 북한 적용 문제를 논의한다.
테드 립먼 주한 캐나다 대사(북한 대사 겸임)는 31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구 소련지역에 적용된 프로그램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applicable)”이라며 “(실행 방식 등은) 북한의 의사와 협조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인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교수도 “한국이 2004년부터 G8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향후 북한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까지 총 550만 달러를 부담했다.
이날 회의에는 립먼 대사와 전 교수 외에 대니얼 핑스턴 국제위기감시기구 선임연구위원,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윤대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한다.
▽UEP 신고 문제는 교착=북한의 UEP 신고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은 북한 측에 ‘UEP 대목을 신고서의 본문이 아닌 부속서에 표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김명길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해 말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파키스탄의 핵과학자로 북한에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전파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직접 협상장에 불러 물어보자”고 주장하는 등 북측은 UEP 의혹을 강력 부인해 왔다.
소식통은 “UEP 신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도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