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으면 누구든” 李心朴心?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李 ‘계파보다 다수의석 확보 중요’ 朴 “약속과 신뢰 중요”

朴측 ‘姜대표 제시안’ 수용… 공천 방향 공감대 나눈 듯

진통을 겪어 온 한나라당의 ‘4·9 총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구성이 24일 전격 타결되면서 전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눈 20분간의 비공개 대화 내용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전날까지 공심위원으로 자파 성향 인사 1명을 더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 공천 원칙 합의’를 천명한 다음 날 당초의 ‘강재섭 대표 안(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이 당선인 주변에서는 전날 회동에서 양자(兩者) 간 모종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이 회동 후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나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공심위 구성 수준을 넘어서는 큰 틀의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당선인이 현재 진행 중인 공천 작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피력했고 이를 놓고 박 전 대표와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표 측의 표정도 전날과는 사뭇 달랐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공심위 구성 뒤 “당선인이 회동 때 공정한 공천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점, 강 대표가 22일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기준을 갖고 사심 없이 공정 공천을 하겠다는 말을 믿는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이정현 공보특보가 전했다.

공심위 구성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 공식 창구였던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공심위 확정 전 ‘(전날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확인한 공정 공천에 대한) 약속과 신뢰가 중요하며 자리 하나(공심위원 1명) 더 얻는 것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짜증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와 회동 직후 공천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박 전 대표 측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웬만하면 (요구를) 수용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이는 곧 박 전 대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당선인이 이미 밝혔던 대로 박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뿐 아니라 ‘차기 지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회동에서 밝혔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공천에 대한 당선인의 의중을 그의 핵심 철학인 ‘실용주의’라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 편 후보가 당선되느냐보다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어떻게 하면 한나라당이 최대한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가 총선에 대한 당선인의 관심 사항”이라며 “박 전 대표 측에서 제시한 후보들이 경쟁력이 높다면 자연스레 공천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과도 무관치 않다.

복수의 측근들은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위원으로 발탁한 것을 예로 들며 “능력이 있다면 누가 공천을 받아 당선되더라도 자기편으로 데려와 쓰고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당선인에게는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이 당선인 측근들이 ‘이명박이 떠난 여의도’의 향후 패권을 놓고 공심위 구성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기 싸움을 벌인 것 아니냐는 말도 이 당선인 주변에서 들린다. ‘탈(脫)여의도’를 주장했고, 그래서 여의도를 떠나 청와대 입성을 앞둔 당선인과 여의도에 있는 정치인들과의 인식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제공 : 한나라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