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아무리 따져 봐도…” 박근혜에 ‘삼고초려’ 할 듯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이경숙 심대평 카드도 여전히 ‘유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11일 ‘이번 주말(13일)까지 국무총리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겠다’는 뜻을 밝혀 3배수에 들어갈 후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말까지 압축될 3배수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본보가 7일 보도한 6배수 후보군에 포함된 인사들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6배수로 좁혀진 뒤 박 전 대표와 심 대표, 그리고 이 위원장이 고사의 뜻을 밝혀 추가로 몇 명의 후보를 더 검토했지만 이만 한 분들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이분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해 주말이면 윤곽이 드러나고 후보들에게 ‘개인신상정보 열람’ 동의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 측은 박 전 대표를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고사의 뜻을 밝혔지만 이 당선인 측은 ‘삼고초려(三顧草廬)’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 측이 박 전 대표를 다시 비중 있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4월 총선에서의 압승 기반 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의 구상을 앞으로 5년 동안 국정 운영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과반수 의석 확보가 필수다. 공천 문제를 둘러싼 박 전 대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를 다시 총리 후보 1순위로 올려놓은 것만 봐도 이 당선인 측에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심 대표 역시 실무 능력뿐 아니라 총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자유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심 대표가 총리직을 수락할 경우 충청권 배려의 의미를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총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이 위원장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이 위원장에 대해 일각에서 재산 문제와 아들 병역 논란 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증 결과 문제가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후보군이 이처럼 ‘돌고 도는’ 이유는 인재풀이 없기 때문. 정 의원조차 이날 “대한민국에 사람이 너무 없다. 뭐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여러 사람을 후보로 올려도 의미 있는 게 없을 수도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일 본보가 후보군이 6배수로 압축됐다고 보도한 뒤 대상자들이 잇따라 고사하고 정략적인 총리 인선이란 비판까지 나오자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9일 “정치적 고려 없이 일을 잘 하실 수 있는 분을 인선할 것”이라며 ‘비정치인 실무형’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틀 만에 다시 “총리가 실무 능력도 있고 정치력도 갖추고 인품도 좋고 해야지 실무 능력만 따지고 그러는 게 어딨느냐”며 정치인 기용 가능성을 다시 열어 뒀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와 심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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