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자 “정경유착 아닌 협력시대”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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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재계 2시간 ‘도시락 미팅’

李 당선자 “정경유착 아닌 협력시대”

조석래회장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것”

이건희회장 “G D P 4만달러 가능하다”

정몽구회장 “올해보다 투자 60% 확대”

“정경유착이 아닌 정경협력의 시대를 열겠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의 첫 간담회는 시종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오전 10시 55분 행사장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 당선자는 ‘친정’을 찾은 듯 편한 표정으로 “기업인들의 건의를 들으러 왔다”며 총수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일일이 친근감을 표했다.

이 당선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겐 “별일 없으시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겐 “여수 엑스포 유치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시던데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 당선자는 이어 일렬로 도열한 총수들에게 “줄 서 있는 모습 보기 싫으니 이리로 다들 오세요”라고 말하며 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간담회는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때 즐겼던 도시락 미팅 형식으로 휴식시간도 없이 2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당선자 측에선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최경환 경제2분과 간사 등이, 재계에선 삼성 비자금 의혹이 터진 후 공식 활동을 삼가 온 이건희 회장과 8년 동안 전경련 회관을 찾지 않았던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의 별’ 21명이 총출동했다.

간담회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이 당선자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 당선자는 ‘앉아서 말씀하시라’는 사회자의 발언에도 약 1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선 채 기업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어조로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인사말.

○ “기업이 잘돼야 국가가 잘된다”

▽조석래 회장=경제 대통령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 시장경제원칙과 법치주의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면 기업인들은 마음 놓고 투자할 것이다. 아울러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줄여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외국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게 해 달라. 노사가 합심 단합해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값비싸게 팔면 7% 내외의 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 지난 5년간 경제계와 정부 간 대화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 당선자=선거가 끝난 다음에 가장 먼저 찾아온 이유는 기업이 마음 놓고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의 협력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야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기업이 수지가 맞지 않는데 어떻게 투자하겠나. 문자 그대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도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을 해 줄 것을 국민이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많은 기초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한다. 저를 보고 친(親)대기업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친기업적이라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기업이 잘돼야 국가가 잘된다는 원칙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다.

부동산 정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에서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꿔 갈 것이다. 그러나 개발이익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적절한 개발이익 이상은 환수하는 계획도 검토할 것이다.

○ “필요하면 직접 연락해라”

이 당선자는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들에게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는 것인지 제시해 달라. 직접 전화 연락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이번 선거를 기업인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치렀다. 이제 정경유착이란 단어는 없어졌다”면서 “이제 (정치권과 기업이) 협력하는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도서관에 갔더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 놀랐다”며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젊은이들이 사업을 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조 회장은 “공무원이 너무 많아지면 (규제가 많아져서) 기업인들도 괴롭다”며 “기업이 공무원보다도 훨씬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이 당선자의 투자 확대 요청에 이건희 회장은 “새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펼친다고 하니 투자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1인당 GDP(국내총생산) 4만 달러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보다 60% 늘어난 11조 원의 투자가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며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노사관계가 중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해외 자원 개발과 에너지 확보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3조 원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말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를 100% 늘리고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해 해외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각각 밝혔다.

○ 민관합동 국가경쟁력위원회 추진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브리핑에서 “(당선자에게) 민관합동 국가경쟁력위원회 설치를 건의했다”며 “신(新)성장동력 마련, 글로벌 수준의 법 제도 개선, 노사관계 안정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이 설립 취지”라고 말했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위원회의 규모나 구성원은 추후에 논의될 것이며 공동위원회 설치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은 “이 당선자는 기업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분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과 총수 간 만남은 주로 중소기업 문제를 논의했고 ‘안 가면 찍히는’ 분위기였다”며 “이번에는 대기업 문제를 주제로 만난 것이어서 총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영상제공=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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