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준 한심… 명예훼손 손배청구라도 하자”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 속으로 끓는 검찰

대통합민주신당이 발의한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13일 검찰은 겉으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검사 탄핵과 관련해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오전 간부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임 총장도 수시로 참모들의 보고를 받으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일각에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이날 탄핵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국회의장단이 국회의원 과반의 합의가 없을 경우 본회의 상정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을 내비친 만큼 탄핵 공세가 ‘헛방’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검찰 간부들은 이날 공식적인 의사 표명은 자제하면서도 사석에서는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등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총장이나 우리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다만 대검에서까지 너무 격한 반응을 보이면 일선 검사들이 더 흥분하게 되고 결국 정치권에 말려들어 갈 것 같으니 억누르고 또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정치 수준이 한심하다”면서 “검찰을 명예훼손한 데 대해 손해배상청구라도 해서 검사 1인당 피해액을 100만 원씩 받아 전체 검사 1500여 명 명의로 약 15억 원을 공익재단에 기부하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법원에서도 비판 의견이 터져 나왔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 명백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검찰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를 거치면 된다”며 “불복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바로 발의하는 건 국회의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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