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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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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에 작전하듯 짐들어내고 자물쇠 채워
李청장 집무실 ‘인의 장막’… 기자 접근 차단
靑-홍보처, 국방부에도 “기자실 폐쇄” 독촉
경찰청이 한밤중에 의경을 동원해 작전 벌이듯 기습적으로 기자실을 폐쇄했다.
경찰청은 11일 오후 11시 45분경 의경 30여 명을 동원해 기자들의 출입을 가로막고 기자실 내에 있던 기자들의 물품을 모두 끄집어냈다. 10분 만에 모든 물품을 꺼낸 경찰은 기자실 문에 새로운 자물쇠 2개까지 걸어 잠갔다.
기자실 폐쇄 직전 정철수 경찰청 홍보과장은 기자들에게 “잠깐 내 사무실로 가자”며 “나를 믿지 못하느냐. 우리가 어디 하루 이틀 본 사이냐. 그렇게 치사하게 (기자실 폐쇄) 작전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뒤늦게 기자실 폐쇄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모인 16개 언론사 출입기자들은 이동선 경찰청 홍보관리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으나 이 홍보관리관은 문을 걸어 잠근 채 나오지도 않았다.
기자들은 13일 오전 8시경 출근하는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대선을 1주일 앞두고 기자실을 폐쇄한 이유 등을 묻자 이 청장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른 것”이라고 짧게 답한 뒤 별관 1층으로 몸을 숨겼다.
10여 분간 별관에 있던 이 청장은 직원 20여 명과 의경 40여 명을 동원해 기자들을 밀어낸 뒤 지하 통로를 이용해 본관 9층 청장 집무실로 이동했다.
기자들이 청장 집무실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 하자 경찰은 본관 9층 계단의 철문을 걸어 잠그고 의경 20여 명을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 배치해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서울경찰청도 13일 오전 2시 반경 종로구 내자동 본관 10층 기자실을 완전 폐쇄했다.
한편 국방부도 15일 서울 용산구 신청사 1층의 기사송고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관계자들이 13일 김영룡 국방차관을 면담해 기사송고실 폐쇄를 강력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출입기자들에게 14일 밤까지 개인사물을 정리해 구청사 뒤편 별관에 마련된 새 기사송고실로 이전하라고 통보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5일부터 현 기사송고실의 인터넷 망을 끊는 등 폐쇄 절차를 밟아 왔지만 실제 폐쇄 조치는 머뭇거려 왔다. 기사송고실을 강제 폐쇄할 경우 1980년대 초 신군부의 ‘언론탄압’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장수 국방장관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최대한 조용하게 마무리해 줄 것”을 실무진에 당부했고, 국방부 측도 국정홍보처에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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