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임기내 북핵 해결’ 北에 손짓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코멘트
평양 떠나는 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오른쪽)가 5일 평양을 떠나며 순안공항에 배웅 나온 북한 관리와 악수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3일간 북한에 머물며 박의춘 외무상을 만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평양=신화통신·연합뉴스
평양 떠나는 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오른쪽)가 5일 평양을 떠나며 순안공항에 배웅 나온 북한 관리와 악수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3일간 북한에 머물며 박의춘 외무상을 만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평양=신화통신·연합뉴스
■ ‘김정일에 친서’ 배경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신고 문제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자신의 임기 안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풀이된다.

고든 존드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거듭 확인하고, 2005년 합의대로 북한이 충분하고도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소식통들은 “친서에는 UEP 및 40∼50kg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 보유 현황과 사용처 등을 정확하게 신고하고 시리아에 대한 핵 확산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응조치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고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며 적절한 시점에 종전 선언에 서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친서 승부수’가 즉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류진석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시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는 북한으로서는 완전한 신고를 하면 상응조치를 한다는 식의 미국 태도가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북을 마친 뒤 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의견 차가 있었다. 연내 6자회담은 어렵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다만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친서 공개는 현재의 협상 과정에서 일탈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라며 “미국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강연을 마친 뒤 본보 기자와 만나 “신고에 이은 핵 폐기 과정에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자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북한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