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관련자들 끊임없는 기행

  • 입력 2007년 11월 30일 20시 11분


코멘트
"사건의 양상을 보면 일반 형사사건 관련자들의 행동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김경준 씨가 정치범인지 일반 형사범인지 모르겠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가 30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달 6일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BBK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들어갔지만 김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의 행동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는 얘기다.

▽'깜짝쇼'=일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는 검찰에 자신의 혐의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제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미국에서 송환된 김 씨는 처음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증거"라는 '한글 이면계약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대신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깜짝쇼'가 열렸다. 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거론하지 않았던 '한글 이면계약서'의 맨 뒷장을 공개했다.

여기에 이 후보의 도장이 찍혀 있었고 한국의 대선 정국은 '문서 감정 회오리' 속으로 들어갔다. 이면계약서는 23일 입국한 김 씨의 어머니 김영애 씨가 뒤늦게 가지고 들어왔다.

▽'황당한 가족'=일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가족들은 검찰에 찾아와 피의자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김 씨 가족들은 구속돼 있는 김 씨의 무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이 후보)을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물귀신작전'을 폈다.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씨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BBK의 소유권은 이명박씨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씨도 제 동생의 범죄와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 후보의 혐의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황당한 귀국'=검찰 관계자들은 전혀 유리한 상황이 아닌데도 인신보호 청구를 취하하면서까지 한국에 들어온 김 씨의 송환도 "이해 못할 귀국"이라고 말한다.

수사팀에 들어간 한 검사는 "미국에서 3년 동안 구속돼 있으면서도 한국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 갑자기 들어온다니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미국인인 김 씨는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인도청구에 대해 미국 정부가 거부해 달라는 '인신보호청원' 재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후보 등록일을 9일 앞두고 최장 10년 형(주가조작 및 횡령 등)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원군과 반대세력=일반적인 횡령 등 형사사건에는 회사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기껏해야 회사 관계자들이 몰려와 민원실에서 대기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김 씨의 조사 기간동안 정치권에선 김 씨에 대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나눠 공방을 벌였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 검사는 "김 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국회의원 80여 명이 검찰로 몰려와 압박을 가하는 것을 보면 김 씨는 일반 형사범이 아니라 '정치범'이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