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에서 출마로… 이회창의 말 말 말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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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정계은퇴 후 첫 당 행사 참석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초청 특강에 참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2002년 대선 패배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4년 만에 처음으로 당 행사에 나온 이 전 총재는 당시 “모든 게 대선에서 내가 진 탓이다. 자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작년 12월, 정계은퇴 후 첫 당 행사 참석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초청 특강에 참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2002년 대선 패배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4년 만에 처음으로 당 행사에 나온 이 전 총재는 당시 “모든 게 대선에서 내가 진 탓이다. 자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 1월 “내 처지에 대선 놓고 말하는 건 오만”

지난달 “아직까지 불출마 불변… 나중에 보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에 출마키로 함에 따라 2002년 대선 패배 직후 한 정계은퇴 기자 회견 이후 쏟아냈던 각종 발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총재는 대선에서 진 다음날인 2002년 1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 그는 “저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이 승복한다”며 “오늘 저는 정치를 떠나려고 하며,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면서 정계복귀설이 흘러나왔다. 2005년 5월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은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불출마에서 출마 선언으로 선회=2006년 11월 이 전 총재는 한 초청 특강에서 “나는 대권보다도 좌파정권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며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대선 출마설이 급속도로 퍼지자 이 전 총재는 2007년 첫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 처지에서 대선을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현실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불출마에 대한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 10월 23일 그는 “(불출마한다는) 종전 태도에서 변화가 없다”고 했다가 다음날인 24일에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여지를 남겼다. 25일에는 “아직까지 종전 태도에 변함이 없다”며 ‘아직까지’라는 단서를 달았고, 마침내 7일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끊임없이 비판했다. 올 1월 한국지성인총연합회 특강에서 이 전 총재는 “경제 살리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라며 이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 총재는 8월 본보 인터뷰에서 “국민은 정권교체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한나라당의 파국을 걱정한다. 당내 대선 주자들도 국민이 걱정하는 배경을 헤아려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보수 분열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출마를 하겠다는 것이다.

올 9월 정재철 한나라당 상임고문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확립, 국민의 정신적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며 경제를 앞세우는 이 후보와 차별화를 했다. ▽불법 대선자금 책임론=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3년 10월 30일 이 전 총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를 떠난 제가 오늘 국민 앞에 다시 선 것은 아직도 남아 있는 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라며 “모든 책임, 모든 허물은 저에게 있다. 위선적인 행동이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사죄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면서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정계복귀 선언을 한 뒤 ‘특강정치’ 행보를 하던 이 전 총재는 지난해 12월 한 특강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수와 관련해 “당에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겼다. 잘못된 일이고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재차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불법대선자금 잔금 사용처 내용을 밝히라고 이 전 총재에게 공세를 펴자 말이 다소 바뀌었다.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대선자금 문제는 한나라당의 원죄이자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직자 모두의 책임이고 죄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번복과 이인제 의원의 경선 불복 비판=이 전 총재는 정계은퇴를 했다가 1997년 대선에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선 불복을 하고 출마한 이인제 의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사람을 겨냥해 “우리 정치에는 목적과 수단을 무시한 채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9월 대구 전당대회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당시 김대중 후보를 비판하며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같은 해 12월 TV토론에서 “김 후보가 1992년 대선 이후 눈물을 흘리며 대통령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고 상기시킨 뒤 “그 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청소년 교육에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고 쏘아 붙였다.

이 전 총재는 이인제 의원을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한 정치인’이라며 비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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