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재오… 냉담한 박근혜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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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으나 박 전 대표는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 제공 문화일보·연합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으나 박 전 대표는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 제공 문화일보·연합뉴스
한나라당 경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하던 이명박 대선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진영 간 불신과 갈등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을 기화로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5일 “아직도 경선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박 전 대표 진영의 이 후보 진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朴, “사과 아니다” vs 이재오, “오만임을 깨달았다”=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잇따라 “저의 언행으로 마음이 상했거나 화가 나셨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박 전 대표께 ‘오만의 극치’라는 말씀을 들은 뒤 생각하기에 따라 오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최고위원의 사과에 대해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자신을 찾아와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이 최고위원에게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 동영상 촬영 : 이종승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이종승 기자

박 전 대표는 이 후보 측의 면담 제안에 대해서도 “내가 처음에 한 이야기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면담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직후 “잠깐 시간을 내 달라”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아무 말 없이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요구=‘친박(친박근혜)’ 의원 32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친박계인 김기춘 의원의 59번째 생일 축하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당의 위기 상황에서 이 후보가 진정성 있는 화합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기로 하는 등 이 후보 측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모임에서 A 의원은 “화합을 보여 주는 첫걸음이 이 최고위원의 사퇴”라고 말했다. B 의원은 “이 최고위원보다도 이 총장을 잘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불법 대선자금 용처를 밝히라고 이 전 총재를 자극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참석자들은 이 총장의 사퇴 요구에 동의했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이 후보 측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최고위원에 대해 “최고위원이 끝인 줄 아느냐” “똑바로 해라”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 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 후보 측은 “이것이 박 전 대표가 말하는 승복이냐. 안방까지 다 내놓으라는 얘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당권 싸움 돌입?=이 후보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대선에 승복한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해 놓고 사과하는 이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 않을 경우 화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박 전 대표 측이 대선보다 대선 이후 당권에 더 관심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이 최근 이 후보의 한 외곽지지 모임에서 “한나라당이 과거 정치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많은 국민에게 ‘꼴통수구’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집권 이후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분개했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는 “그 같은 발언은 해당(害黨) 행위로, 이 최고위원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양 진영의 갈등 증폭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이 최고위원의 발언과 이에 따른 사퇴 요구지만 속내는 대선 이후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겨냥한 당권 싸움이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많은 자리를 확보하는 게 곧 당권 장악과 연결된다는 것. 최고위원회의에서 영향력이 큰 이 최고위원의 사퇴 여부는 내년 총선에서 양 진영의 이해관계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동영상 촬영 :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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