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석 손잡기엔 ‘상처’가 너무 깊어…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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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복원에 나섰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라는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노 대통령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설령 절대적인 힘이 되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를 ‘안 되게’ 할 수 있는 것이 ‘현직’의 힘이다. 당내 친노(親盧) 인사 껴안기 등 화합을 상징화하는 것도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정 후보는 당선자로 지명된 15일 저녁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 신고’를 한 데 이어 16일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 대통령의 지적을 실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고 당내 수습을 잘하라’는 전날 노 대통령의 ‘가시 돋친’ 지적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것.

정 후보는 “노 대통령과는 통합 문제에 대해서만 의견이 달랐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사람이 탈당, 신당 창당에 앞장선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인간적으로 대단히 미안하다”며 ‘공개 사과’도 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시간이 되면 노 대통령을 뵐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냉담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과 정 후보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 등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가 풀리고 화해가 이뤄지고 난 뒤에 정 후보 측에서 요청이 온다면 그때 검토할 계획”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선(先) 사과’가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

천 대변인은 전날 노 대통령의 ‘상처 받은 사람’ 언급에 대해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 경선 과정에서 갈등과 상처가 많이 생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 열린우리당에 애정을 갖고 있었던 노 대통령도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참으로 뜻이 좋은 정당”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다 눈을 감고 싶다. 당 고문이라도 하고 싶다”며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이 그토록 아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그것도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사람이 할 수 있느냐는 우회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인 셈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과 정 후보의 앙금을 단숨에 풀어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두 사람은 4월 27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담판’을 한 뒤 만난 적도 없고, 통화도 15일에야 비로소 했다. 정 후보는 5월 노 대통령에게 ‘결별’을 통보했고, 6월 탈당한 뒤로는 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해 왔다. 노 대통령도 정 후보를 ‘기회주의자’ 범주에 포함시켜 공격했다.

물론 청와대는 “좀 더 지켜보겠다”며 노 대통령과 정 후보의 화해 가능성을 열어 뒀다. 노 대통령의 현실적 고민 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스스로 ‘질서 있는 통합’으로 규정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를 외면하고 흔드는 것은 부담스럽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후보 시절 대선 직전까지 당내 인사들의 거센 ‘후보 교체론’에 시달렸다. 탈당이 여의치 않은 친노 인사들을 위해서라도 정 후보를 도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동의,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등에서 정 후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정 후보가 ‘참여정부의 황태자’ 정도로 복원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완전한 화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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