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최대 걸림돌은 ‘총선 공천권’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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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경선’ 개표대통합민주신당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옛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14일 당 자체 관리분 선거인단이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투표 결과를 집계했다. 연합뉴스
‘원샷 경선’ 개표
대통합민주신당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옛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14일 당 자체 관리분 선거인단이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투표 결과를 집계했다. 연합뉴스
■ 범여 후보 단일화될까

공당이 선출한 후보 당 스스로 불완전성 인정

한바탕 정치 이벤트 벌여 분위기 대반전 노려

이인제-문국현 등 후보확정 시점도 ‘짜맞춘 듯’

“경선에 대한 자기부정… 정당정치 역행” 비판

대통합민주신당은 15일 대선 후보 경선 폐막과 동시에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8월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이전부터 범여권이 대선 승리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총선을 눈앞에 둔 대선에서 후보들 간의 공천권 확보 경쟁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화가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또 이른바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은 정당이 다시 후보 자리를 놓고 다른 정파와 협상을 벌이는 것이 정당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론도 대두하고 있다.

범여권 안에서는 “당 이름을 바꾸고, 다른 당 후보와 연합해서 어떻게든 대권만 쟁취하려는 모습이 좋게 보일 수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후보 단일화 등장 배경=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각 당의 국민경선 도입 배경과 맥을 같이 한다.

10%대 정당 및 후보 지지율로는 어떤 방법으로든 지지율 50%가 넘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은 국민경선을 목표로 휴대전화 투표를 도입하고 휴대전화 투표인단만 당초 300만 명을 모을 예정이었다.

수백만 선거인단을 통해 경선 ‘붐’을 일으킨 뒤 후보 단일화라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국민의 관심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2002년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가 모델이 되고 있다.

▽단일화 성사 가능성, ‘산 넘어 산’=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 후보로 16일 확정 절차만 남겨 둔 이인제 의원, 그리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후보로 상정하고 다른 사람을 주저앉히는 ‘흡수통합’을 염두에 둔 세 사람이 단일화 시기와 방식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대선 후 4개월 만에 치러질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에 두고 범여권 후보들 간에는 공천권이 걸려 있어 이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간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결국 독자적인 생존 기반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1988년 13대 총선 공천권을 놓지 않으려는 후보들의 속성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는 2002년 민주당 후보경선 패배 이후 탈당했던 이인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또 정 후보는 141석의 원내 제1당 공식 후보로 선출된 상황 자체가 후보 단일화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9석의 민주당 이 후보, 아직 당 기반조차 없는 문 전 사장과 후보 단일화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냐는 얘기가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후보 경선과 문 전 사장, 장성민 전 의원 등의 창당선언 일정 등이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과 시점을 같이하는 것도 범여권의 단일화 논의에 합류하기 위해 계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또한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실제 본보 여론조사(8일자 보도)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3.7%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능하다’는 답변은 33.5%였다.

▽단일화 시나리오는=지지율과 세력에 있어 당장 가장 유리한 사람은 정 후보다. 관건은 후보 선출 직후 단기간에 얼마나 대선 자생력을 가진 후보로 자리매김하느냐는 것.

정 후보가 단기간에 지지율 20%를 넘을 경우 이 후보 및 문 전 사장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범여권 내부에서 정 후보로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 후보가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중 상당수가 문 전 사장 쪽으로 이탈할 경우 문 전 사장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범여권 연합 및 문 전 사장 단일후보’는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다.

3번째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이 후보가 민주당을 기반으로 호남 세력을 결집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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