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위기서 盧-金 악수까지… ‘核’은 그대로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9일은 북한 핵실험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반도 분위기는 1년 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뀌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부근에서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례적으로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군사적 조치를 배제했지만 6일 만의 신속한 조치였다. 정부도 안보리 결의 준수와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별도 성명을 통해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북핵 불용의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위기’였다.》

▽드라마틱한 반전(反轉)=중간에 북핵문제와 관련해 벌어진 많은 과정이 생략됐지만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올해 10월은 순풍에 돛을 단 듯한 상황이다.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등 5개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기로 한 ‘2·13 합의’가 올해 초 성사됐다. 3일 발표된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결과를 보면 영변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에 합의했다.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단에게 6자회담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연내 핵 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 등이 완료되면 곧 실질적 비핵화의 핵심 내용인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며 “2008년부터 핵 폐기에 관한 프로그램이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인식한다”고도 했다.

2∼4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전(停戰)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반도 상황은 본질적으로 변했나=지난 1년간 한반도 상황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년 동안 북핵 6자회담이 4차례(수석대표 회의 포함) 열렸고 비핵화실무그룹 회의 등 5개 실무그룹회의가 각각 5차례씩 열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일은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2차례 열렸고, 1월에는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만나 당시 최대의 골칫덩어리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사실상 해결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북-미간 양자회담으로 해결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등 ‘게임의 룰’에 변화가 왔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6자회담의 성격도 ‘2+4 회담’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아졌다.

하지만 1년 전의 위기 상황과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우선 동북아를 ‘핵 위협’의 충격에 빠트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다. 6자회담에서 현재까지 논의한 것은 ‘현재 핵’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방안 정도다.

핵무기에 대한 신고 및 기폭장치의 성능 등 핵무기와 관련된 일체의 사항은 고사하고 북한이 지금까지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플루토늄 40∼50kg(과거 핵)의 처리방안에 대해서도 6자회담 참가국 간에는 아무런 합의가 없다.

▽한반도의 앞날은=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반도의 장래는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노 대통령은 8일 한덕수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핵문제도 빠른 속도로 완전한 해결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김 위원장의 내심이 어떤 것인지는 미지수다.

천 본부장도 이날 노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 위한 당사국 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는 △경수로 제공문제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궁극적인 핵무기 해체 등 향후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도사리고 있는 많은 난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평화체제 전환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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