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대학생들 鄭캠프서 ‘대리서명’ 작업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정인훈 씨 구속 수감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수백 명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에 무단 등록하도록 지시한 정인훈 씨가 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정 씨는 이날 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속 수감됐다. 연합뉴스
정인훈 씨 구속 수감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수백 명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에 무단 등록하도록 지시한 정인훈 씨가 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정 씨는 이날 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속 수감됐다. 연합뉴스
경찰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선거 캠프 사무실에 대해 6일 전격적인 압수 수색에 나섬으로써 명의 도용 수사가 정 전 의장 캠프의 조직적 개입 여부 수사로 확대됐다.

특히 522명의 명의를 도용한 서울 종로구의원 정인훈(45·여) 씨에게 열린우리당의 당원 명부를 건넨 대통합민주신당 종로구 지역위원회 소속 김모(34) 씨가 7일 검거됨에 따라 경찰의 배후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 수색 카드 왜 꺼냈나=경찰이 대선 캠프 압수 수색이란 강경 카드를 꺼낸 것은 정 씨와 정 전 의장 캠프의 관련성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전 의장 측에서 ‘여성선거대책위원회 서울 사무총장’이란 직함이 찍힌 명함을 택배로 보내왔으며 선대위의 간부직을 제안했다”고 말해 정 전 의장 캠프와 자신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경찰은 정 씨가 범행 당일인 8월 23일 명의 도용에 사용한 당원 명부를 정 전 의장 캠프 사무실에서 가져왔다는 대학생 이모(18·여) 씨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 씨는 정 씨의 아들 박모(19) 씨의 여자 친구로 정 씨를 도와 8월 23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선거인단 무단 등록 작업을 했다.

정 씨는 “8월 13일경 김 씨에게서 명부를 받아 계속 핸드백에 보관했다”며 이 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범행 당일 정 씨와 이 씨 일행이 정 전 의장 캠프 사무실 앞에서 만난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8일 정 씨와 이 씨를 대질신문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정 씨의 아들 일행이 명의 도용 직후인 8월 25일을 포함해 3일간 정 전 의장 캠프 사무실에서 대리 서명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미뤄 명의 도용과 대리 서명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캠프 사무실이 범죄의 현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의 아들 일행이 정 전 의장 캠프에서 했다는 작업이 무단으로 등록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본인에게 동의를 구하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들이 명의 도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의를 구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6일 정 전 의장 캠프 관계자에게 영장을 제시한 만큼 이미 영장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보고 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아니면 캠프에서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받을지 8일 검찰과 협의할 예정이다.

▽배후 수사 집중=7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김 씨는 정 씨와 입을 맞춘 듯 ‘윗선’의 존재를 부인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2005년 7월경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에서 받은 기간당원 명부 중 종로구 당원 자료를 출력해 정 씨에게 건넸다”며 “경선 흥행을 위해 명부를 건넸을 뿐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특별한 직책이 없는 데다 김모 종로구 지역위원장의 비서 역할을 해 온 점으로 미뤄 김 씨가 정 씨와 ‘윗선’ 사이에서 명부 배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김 씨가 열린우리당의 종로구 당원 4000여 명 가운데 800여 명의 신상자료만을 정 씨에게 건넨 점으로 미뤄 정 씨 이외에 다른 공모자에게 나머지 3200여 당원의 신상자료를 넘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잡히자 정 씨가 잠적하고 정 씨가 잡히자 김 씨가 잠적했다”며 “이들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입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압수 수색 영장은 한 장짜리 서류를 보고 법원이 발부하는 게 아니다”라며 “판사가 방대한 양의 수사 기록을 모두 검토한 뒤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발부한 것”이라고 밝혀 배후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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