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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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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렇다.
재정경제부는 상반기 재정 지출 규모가 131조2520억 원이라고 8월 23일 발표했다. 하지만 약 보름 후인 9월 7일 113조4300억 원으로 수정 발표했다.
통합재정수지는 6조 원 적자에서 11조 원 흑자로, 관리대상수지는 22조5710억 원 적자에서 5조1080억 원 적자로 각각 바뀌었다. 재정통계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고 ‘엉터리 통계’에 대한 국민의 비난도 잇달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수정 발표 사흘 뒤인 지난달 10일 “국민에게 매우 송구스러운 일이며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재경부의 내부 감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 관련 부처의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책임진 공무원이 한 명도 없다.
재경부 당국자는 7일 “왜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류를 일으킨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을 관리하는 기획예산처나 정부 결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사 권한을 가진 감사원도 ‘책임행정’과는 거리가 멀다.
예산처 측은 “시스템의 오류 원인을 찾아 시정했고 앞으로는 그런 잘못이 없을 것”이라며 “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재정통계 오류를 거론하느냐”고 말했다. 감사원 당국자도 “7월에 ‘예산제도 개혁 추진 실태’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면서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을 들여다봤다”며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인 것 같은데 감사원이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공무원 문책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과거 같으면 ‘엉터리 재정통계’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면 벌써 상당수 관료, 상황에 따라서는 장관까지 물러났을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공무원을 늘리면서 큰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책임 지지 않고 유야무야되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이른바 ‘참여정부’ 말기 공직 사회의 현주소가 이렇다.
신치영 경제부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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