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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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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와대에서는 “신당이 파악한 경위를 일단 들어보겠다”고 했고, 신당은 “상세한 인터넷주소(IP) 위치와 관련자를 파악하려면 하루 이틀은 더 걸릴 수 있다”며 명확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양자 사이에 뭔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3의 손’ 있나=우선 제3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접수일로 확인된 8월 23일은 휴대전화 개인 인증제가 실시되기 전이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알면 누구든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인단 대리접수가 가능했던 때다.
다만 정치권과 인연이 전혀 없는 인물이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교롭게도 당 국민경선위원회 관계자가 IP 위치로 지목한 서울 종로구에는 정부중앙청사와 청와대가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당원 명부에 올라 있던 인적 사항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사용되면서 노 대통령이 선거인단에 등록됐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대통합민주신당 선거인단에 등록도 하지 않았는데 예비경선을 앞두고 선거인단 전수조사 전화를 받은 김우식(38·한의사) 씨도 “지난해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잠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적사항이 도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흡수 합당한 대통합민주신당 당원은 아니며, 대통합민주신당 당원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선거인단에 등록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인터넷 선거인단 등록에는 노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와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휴대전화 번호가 사용됐다. 주민등록번호는 명백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비밀정보다. 대통령의 명의가 도용당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국가원수의 정보 누출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목적 때문?=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 측은 “대리인을 통해 대리 등록을 신청한 바 없다”며 부인하긴 했지만, 다른 사안에서 보이던 ‘즉각적 대응’ 대신 소극적 태도를 택한 것도 이례적인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날 별다른 자체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자세한 경위 파악에 대해서는 모두 신당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신당 측에서도 IP의 위치를 거의 대부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해질 때까지는 발표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경선위 지병문 집행위원장은 “(선거인단 명부에 기재돼 있던) 대통령제1부속실장 휴대전화 번호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울 텐데…”라며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우상호 대변인은 “청와대가 특정 주자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 ‘다걸기’를 한다는 의혹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는 징표”라며 “청와대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주변 인사들이 실행에 옮긴 것 아니냐는 시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완전 국민동원경선 될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웃음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원내 제1당이라는 위상이 무색하다.
예비경선(컷오프) 때부터 선거인단 대리등록 논란을 빚더니 지난 주말 본경선에서는 ‘버스떼기’ 동원 논란까지 불러왔다.
경선 세칙도 ‘확정판’이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국경위)는 17일 ‘흥행을 제고하기 위해’ 29일 광주 전남 경선부터 투표 마감을 오후 5시에서 6시로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경위의 강기정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인단 등재 경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귀신이 와서 등록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국경위 이기우 대변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 선거인단 수는 9월 10일까지 등록자 대상으로 150만여 명이다. 12일 발표한 220만 명 가운데 70만 명의 신원이 분명치 않아 제외시켰다”면서 “필수 기입 요건을 누락한 경우는 제외했지만 대리접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여건상 모두 검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예비경선 때 유령 선거인단 논란이 불거지자 오충일 대표가 “본경선 선거인단은 철저히 전수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유야무야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조차 ‘완전 국민경선’이 아니라 ‘완전 국민동원경선’이라는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전병헌 의원은 이날 “16일 충북 13개 투표지역에서 손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표차는 3400여 표인데 영동·보은·옥천에서만 3100여 표의 차가 났다”며 정 전 의장 캠프의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지역구에서 선거인단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도 “이 3개 지역에서 정 후보가 85%의 지지를 받을 다른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충북 경선에는 전체 선거인단 5만6298명 중 1만2142명이 참여했고 이 중 영동·보은·옥천에서만 4871명이 투표했다. 이 4871명 중 3840명이 정 전 의장을 찍었고 손 전 지사는 655표, 이 전 총리는 331표를 얻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맹세하건대 자동차 한 대조차 우리 돈으로 빌린 일이 없다”고 했다. 정 전 의장 캠프 핵심 관계자는 “누구는 (상대 후보의 동원) 정보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느냐. 당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봐 참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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