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기술 좋아져서 대못질해도 다 뽑을 수 있어”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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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대통령이 될 경우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훈구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대통령이 될 경우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훈구 기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많이 바뀔 것이다. 혁명적으로 힘으로 바꾸는 게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게 변화가 올 거다. 각 분야는 힘을 통한 변화가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서 창의력과 능력을 발휘하며 경쟁하고 스스로 선진화된 규제를 만들어 갈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발적 변화’를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강조했다. 집권할 경우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를 관통하는 자신의 이 같은 철학이 2008년부터 ‘이명박 정부’에 그대로 투영될 것이란 얘기였다.

만난 사람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김차수 정치부장, 권순활 경제부장》

○“정부에는 경영 마인드는 전혀 없고 관료적 행정 마인드만 남아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국민의 살림은 어려운데 정부 조직과 공기업만 살쪘다는 지적이 많다. 구체적인 정부 개혁 방안이 있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 공부하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다. 안정된 직장 구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하겠다는 것인데, 젊은 사람들의 도전 정신이 없어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상당히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섰다고 하면서 공기업이 가장 좋은 직장이 되는, 이런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공기업도 민간 기업 같은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 경영 마인드는 전혀 없고 관료적 행정 마인드만 남아 있다. 예산을 잘못 집행해 2, 3배 투자가 되어서 효용이 없게 되어버려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성과를 내지 않으면 책임져야 한다. 집권하면 예산을 집행하는 방법부터 바꿀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나랏빚인 국가채무가 두 배 이상으로 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나는 기업에 있었기 때문에 채무에 굉장히 민감하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얼마 이상이면 안 된다’고 정해 놓고 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문제는 정부가 (재정 수입이 늘어나는) 고세율 정책을 만들어 놓고도 부채가 늘어난 만큼 결과적으로 나라 살림을 잘못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저질러 놓은 것을 그대로 다음 정부에서 하면 부채가 늘어날 것이다. 전문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선 현 정부는 채무가 더 늘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사실 정부의 예산 운영 방식을 바꾸면 반드시 정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 공단도 정부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 (민자 유치 등)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총제는 이제 풀 때가 되었다”

―젊은 층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일자리 문제다.

“12일 대전에서 대학생들과 ‘타운 미팅’을 하는데 다 일자리 얘기만 하더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정권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안 했으니까 다음 정권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고 싶어도 갑자기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려면 우선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국내로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높은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기업들이 장기로 땅을 임차할 수 있는 방식 등이 가능할 것이다. 또 노사 문제와 여러 규제도 문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 하는 사람들이 어깨를 펴고 분위기도 확 달라질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을 말해 달라.

“출총제는 이제 풀 때가 되었다. 이전에는 기업의 부채 규모가 500% 가까워 연쇄 부도 위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채비율이 상당히 안정되어서 출총제는 풀어도 된다. 또 금산(금융과 산업자본) 분리는 이전 금융감독위원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임명된 김용덕 위원장은 반대로 생각하더라. 현재대로라면 한국 금융기관은 다 외국에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제한조건은 좀 있을 수 있겠지만 금산 분리는 푸는 쪽으로 가야 한다. 아까 일자리 문제와도 겹치는 얘기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인 서비스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같은 비용을 들여도)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에서는 8, 9명의 고용이 창출되는데 서비스업은 50명 정도의 고용 효과가 있다. 그런데 서비스업이 강화되려면 규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

○“부동산 관련 조세 문제는 세분화해야”

―집권하면 부동산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조세 하나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 큰 모순이었다. 부동산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결과는 2008년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되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2008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정책의 수정 여부를 결정하겠다. 지금 당장 걷어치우겠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조세 문제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거 목적으로 장기간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부과하는 것은 좀 부당하다고 본다.”

―대운하 공약은 계속 추진할 것인가.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 청계천 복원할 때 반대가 많았던 것은 복원하고 난 뒤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운하 공약은 국가 예산이 아니라 민자 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다. 수지가 맞는지, 기술적으로 타당한지만 정부에서 제시할 것이다. 최근 두바이의 한 금융회사에서 대운하 건설에 투자하겠다고 제안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기자실은 원위치할 것”

―교육문제 중 수월성을 강조하자는 지적은 어떻게 보는가.

“보편성과 함께 수월성도 인정해야 한다.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는 주어야 하지만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사교육비를 없애겠다는 것은 정말 지켜지지 않을 공약이다. 그러나 사교육비를 최소한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이 영어 교육과 관련된 만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선생님들에게서 영어를 배우면 된다. 이렇게 초중고교에서 영어교육을 받으면 영어로 말하고 비즈니스 하는 데 지장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취재통제안’을 놓고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은 언론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언론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가끔 오보가 나가는 작은 문제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라는 큰 가치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언론의 기능이 보장돼야 한다. 언론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 스스로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력에 의해 타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기자실 문제는 집권하면 확실히 원위치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기자실에 대못질을 한다는데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그런데 대못질하면 못 뽑을 줄 알겠지만 요새는 기술이 아주 좋아져서 다 뽑을 수 있다.(웃음)”

정리=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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