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여목성’ 잇단 단독입찰… 사라진 재건축 수주전

  • 동아일보

사업성 높은 재건축 물량 쏟아져
‘시공사 우위’로 건설시장 재편돼
건설사 수주 치열했던 과거와 달라
“경쟁 없어지면 조합에 불리” 지적도

올해 압·여·목·성(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핵심 입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1곳만 단독 입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성 높은 재건축 물량이 쏟아져 나오자 ‘시공사 우위’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여러 건설사가 서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하는 과거와 같은 수주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 압구정-목동서 잇달아 단독 입찰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구현대 재건축)은 1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1차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해 유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현장은 30개 동(지하 7층∼지상 최고 65층), 5175채 규모의 단지를 짓는 곳으로 압구정 아파트지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조합이 추산한 공사비만 5조5610억 원에 이른다.

같은 날 입찰을 마감한 재건축 단지인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6단지도 DL이앤씨 단독 응찰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이 지역 14개 재건축 단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르고 공사비가 1조2123억 원 수준이지만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은 21일 현장 설명회에 DL이앤씨만 참여할 경우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는 당초 GS건설과 현대건설 간 경쟁이 거론됐지만 2월 GS건설 단독 응찰로 현재 재입찰 절차를 밟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가 지난해 11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올해 말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건설사들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쟁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수주전이 사라진 것은 우선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이후로 앞당기면서 시공사를 구해야 하는 사업장이 한꺼번에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굳이 경쟁하지 않아도 충분히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 대출 규제로 건설사의 금융 조달 능력이 중요해진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내 이주비 대출 한도는 6억 원으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자체 신용으로 이주비 등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합이 입찰 보증금으로 최대 1000억 원을 현찰로 요구하는 등 입찰 자체의 문턱도 높아졌는데, 이 역시 재건축 때 건설사의 재무 안정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시공사 선정은 건설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 상태와 금융 능력을 따지는 절차가 됐다”고 평가했다. 공사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지방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 내부적으로 비용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 “경쟁 사라지면 조합에 불리” 우려도

일각에서는 건설사 간 경쟁이 사라지면 조합이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이 있어야 조합원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에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한 재건축 조합장은 “1년 전만 해도 건설사들이 다 입찰할 것처럼 굴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며 “건설사들끼리 교통정리가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경쟁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용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전 대우건설 상무)는 “수도권에서 수주전을 벌이면 홍보관 운영 등으로 적어도 150억 원 정도가 드는데, 수주에 실패하면 그대로 이 돈을 날리는 것”이라며 “선별 수주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시공사 선정#단독 입찰#재개발#건설사 경쟁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