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씨 사표내기 전 이호철 상황실장과 언쟁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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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상황실장 “빨리 안나가면 내가 나가겠다”

정윤재 前비서관 “청와대에 좀 더 있겠다” 버텨

‘자의냐, 타의냐.’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된 것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표 수리 시점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의 사표는 10일 수리됐다.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이 정 전 비서관이 소개해 준 건설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다음 날이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정 전 청장의 구속 시점에 “사의를 수리해도 되겠느냐”고 검찰에 물었다. 민정수석실 차원의 자체조사가 있었다는 뜻이다. 민정수석실 조사를 토대로 청와대가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미리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남는 것.

청와대는 “정 전 비서관이 이미 7월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있다.

▽“남겠다”고 해 이호철과 언쟁?=정 전 비서관의 지인들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사표를 내기 전 ‘부산파’ 대통령 참모인 이호철 국정상황실장과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 실장이 “부산으로 빨리 내려가라”고 종용하자 정 전 비서관은 “좀 더 있겠다”고 버텼다는 것. 그러자 이 실장은 “나가지 않으면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실장은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를 할 사람은 빨리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발언 시점이 언제냐’고 묻자 “7월이었던가…”라며 “시점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다른 ‘부산파’ 사표 수리 시기와도 달라=정 전 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된 시점은 다른 청와대 부산파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청와대 부산파의 ‘귀향’은 지난해 말 최인호 전 국내언론비서관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달 말 부산파의 ‘맏형’ 격인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이 귀향했고, 3일 허성무 전 민원제도혁신비서관과 김은경 전 행사기획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됐다. 그래서 청와대는 3일 일부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 퇴임 때까지 함께할 것으로 관측되는 문재인 비서실장,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을 제외하고 정치활동을 할 측근들을 정리하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정 전 비서관은 1주일 뒤인 10일 사표가 수리됐다. 이날 부산파인 전재수 제2부속실장의 사표도 수리됐지만 당초 정 전 비서관은 9월 중순이나 10월 초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9월부터 겸임교수로 강의를 맡기로 한 신라대 측은 정 전 비서관이 겸임교수직을 결정한 시점에 대해 “7월 초로 기억한다”고 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비서관은 겸임교수를 맡을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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