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다” 실무분야 일사천리 합의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시간이 별로 없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실무준비단의 첫 접촉이 끝난 14일 오후 남측 수석대표인 이관세 통일부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차관의 말을 반영하듯 이날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남측 방북대표단의 규모와 방북 경로, 선발대 파견 등 실무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정상회담 합의서에서 제시했던 원칙만 서로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실무 분야 큰 이견 없이 합의=남측 방북대표단은 ‘서울∼문산∼개성∼평양’을 잇는 서해선 도로를 이용해 방북하기로 합의했다. 남한 실무대표단은 5월 개통한 경의선 철도를 이용해 방북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여러 사정’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명했다고 한다.

북한은 그 대신 남한에서 승용차 등 차량 편으로 방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차관은 “철도 도로 항공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북한이 먼저 승용차 방북 문제를 꺼냈다”며 “대통령이 경호차량과 함께 방북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방북대표단 규모는 수행원 150명과 기자 50명으로 정해졌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수행원 130명, 기자 50명)과 비교할 때 수행원만 20명 늘어난 것. 항공편을 이용해 방북했던 1차 정상회담 때보다 경호나 의전 등의 수요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파견되는 선발대는 방북 대표단의 체류 일정과 정상회담장 시설, 의전 등의 문제를 미리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무 분야를 조율하게 된다. 선발대 역시 서해선 도로를 이용해 방북하는데, 이것도 사전 점검 차원이다.

▽회담 의제와 참관지는 불투명=그러나 이날 준비접촉에서는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의 번영 △조국통일 등 이른바 ‘8·5 합의서’ 내용에 대한 공감대만 확인했다.

정상회담 의제는 남북 정상이 직접 논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실무접촉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정상회담 이전에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의제를 조율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북대표단이 정상회담 기간에 참관할 장소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차관은 “북한이 여러 군데 후보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부분을 포함해) 앞으로 협의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궁전 참관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그런 얘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남북은 앞으로 의견 교환이나 조율이 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전 경호 통신 보도 등 4개 분야 실무접촉과 선발대를 통해 계속 협의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한 문서 교환 방식도 이용하기로 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안보개념 NLL, 위험천만한 발상”▼

노무현 대통령의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1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논란에 대해 “NLL과 관련해 (영토 개념이 아닌) 안보 개념을 강조하는 것은 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현재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NLL을 재조정해서 바꿔 버리면 당장 북한 해군이 덕적도 근처까지 자유롭게 왕래하게 된다”며 “인천 앞바다가 더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NLL은 정전회담 당시에 합의가 안 됐을 뿐이지 육지의 군사분계선에 연장돼 있는 선, 그러니까 해상분계선으로 설정된 것이며 서해상의 영토를 보호해 온 경계선”이라며 “오랫동안 북한도 인정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처럼 부담이 큰 의제를 채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지만 북한이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목을 매고 있고 이 정부 사람들이 거기 공감하는 경향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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