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KF-16 전투기의 추락 사고로 아버지처럼 창공에서 산화한 박 대위의 안타까운 사연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박 대위는 사춘기 시절 홀로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평범한 직장인이 돼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
하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서 조종복 차림으로 활짝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그의 가슴속에는 ‘빨간 마후라’에 대한 동경이 커져만 갔다. 또 나이가 들면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유물전시관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입었던 조종복과 훈장 등 유품들을 접할 때면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 왔다.
지난달 6일 현충일 때도 박 대위는 어머니와 여동생 등 가족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부친의 묘를 찾아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박 대위는 당시 “비행 임무를 수행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릴 때가 많지만 호국보훈의 달에는 그 마음이 더하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훌륭한 조종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박 대위는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2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아버지인 박 소령의 묘 옆에 나란히 묻히게 된다. 국립현충원 규정에는 아버지 옆에 아들을 안장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을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받아들였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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