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나라 검증 청문회… 빅2 실전같은 리허설

떨어져 앉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가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전국청년연합회 출범식에 참석해 빈 의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는 검증 청문회를 이틀 앞둔 17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을 했다.

이번 청문회는 수개월 동안 양 진영에 제기됐던 각종 의혹이 총망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남은 경선 국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서울시내 모처에서 별도로 청문회 준비를 해 온 이 전 시장 측은 이날 오후 간이 리허설을 했다. 독설로 유명한 전여옥 의원과 은진수 캠프 법률지원단장, 진성호 캠프 기획특보 등이 질의자로 나서 이 전 시장에게 ‘피아(彼我)’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강도 높게 몰아붙였다.

특히 전 의원 등이 “이렇게 재산이 많으면 서민의 아픔을 잘 알 수 있겠느냐”며 민감한 부분까지 건드리자 이 전 시장은 리허설임에도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이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벼운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평가단으로 참여한 탤런트 유인촌 씨, 이동관 공보실장 등은 “청문회만큼은 참모들이 하자는 대로 하자”며 이 전 시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재산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재산이 많은 것이 사실인 만큼 청문회에서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할지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이날 캠프 내 전직 언론인들과 자문단 교수, 현역 의원 10여 명과 함께 청문회 리허설을 했다. 여기에서는 그동안 되도록 언급을 피했던 고(故)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 등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대답할 가치도 없는 낭설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서 성실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사생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아무것도 아니다’는 식으로 여유 있게 받아친다는 시나리오”라고 귀띔했다.

당 검증위로부터 150여 개의 질문을 받은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김재원 캠프 대변인과 틈틈이 만나 청문회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도 많기 때문에 율사 출신인 김 대변인에게 답변 준비를 맡겼다는 후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 쪽은 새롭게 답변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우리는 기존에 나온 의혹과 답변을 정리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청문회를 계기로 지지율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김동주 기자

▼ 李-朴 당행사 나란히 참석… 李, 朴 축사전 자리 떠 ▼

최근 검증 공방으로 서로 날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7일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전국청년연합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3가지의 메시지를 던지겠다. 첫째는 뭉쳐야 한다. 둘째는 더 뭉쳐야 한다. 셋째는 더욱 더 뭉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측 인사가 자신의 친인척 주민등록초본 발급 과정에 간여한 의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축사를 마친 뒤 박 전 대표의 축사를 듣지 않은 채 이재오 최고위원 등과 함께 행사장을 떠났다.

이 전 시장에 이어 축사를 한 박 전 대표는 최근 캠프 인사 연루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회피한 채 ‘5년 내 선진국 진입’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정권 교체”라며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고 우리나라가 더 노령화돼 뛸 수 없게 되기 전에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