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 보상받고 앞으로 어떻게 사나” 한숨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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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1차 사업지구인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면 소재지인 종촌리에서 공주 쪽으로 접어들자 허허벌판에 마련된 행정도시 기공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20일 이곳에서 행정도시의 첫 삽을 뜬 뒤 곧바로 남면 송원리의 주거단지 ‘첫 마을’과 종촌리의 중앙행정타운 조성을 시작한다. 정부는 이곳에 ‘세계적인 모범도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공식을 며칠 앞둔 송원리에서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첫 마을 어림없다’, ‘우리는 마을에 뼈를 묻으리, 주민들이여 투쟁하자’ 등 이주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깃발만 가득했다.

▽밀려 떠나는 기업들 분통=남면 월산리 월산공단 안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 Y&T는 제품 주문이 늘어나자 지난해 4월 행정도시건설청에 공장 증설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청은 ‘앞으로 공장 용지를 수용할 경우 증설한 부분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60억 원을 들여 공장 6600m²를 증설하고 100억 원 상당의 설비를 들여와 올해 8월 준공식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 갑자기 한국토지공사에서 공장 용지를 수용하겠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Y&T의 심인택 사장은 “지난해 초 토지공사가 남고 싶은 기업들을 조사했고, 정부도 행정도시 안에 공단을 둔다고 해서 공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Y&T와 사정이 비슷한 같은 공단 내 7개 업체의 담에도 각종 항의 구호가 나붙었다.

이 공단에 있는 고려소재의 신규철 회장은 “이 주변 공장 용지가 평당 100만 원이 넘는데 58만 원씩 보상해 주고 나가라는 것은 회사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행정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행정도시 안에는 무공해 첨단산업만 유치하기로 돼 있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농민, 주민들 불만도 여전=행정도시건설청은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이 도시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목공, 중장비 운전 등 직업 교육을 하면서 도시개발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농민, 주민들의 불만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임헌용 시설재배 및 원예농가투쟁위원장은 “정부가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를 권장해서 실수요자들에게 직접 야채, 꽃을 공급해 왔다”면서 “하지만 막상 행정도시 문제로 보상을 받으려니 백화점, 공판장 등에서 거래된 실적만 인정해 줬다”고 말했다.

상가 세입자들은 정부가 3개월 치만 영업손실을 보상해 주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영세 농민들도 보상금이 적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남면 양화리의 농민 임헌국(82) 씨는 “보상받은 돈으로 집 한 채는 살 수 있겠지만 뭘 해서 앞으로 생계를 꾸리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해당 지역 지자체들은 행정구역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연기군 측은 “행정도시가 건설되면 연기군은 반쪽짜리 자치단체로 전락한다”면서 행정도시에 지자체가 편입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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