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칼 휘두르면 복수로 되돌아와” 박근혜 자서전 출간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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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1979년 10월 27일 오전 1시 반. ‘퍼스트레이디’ 박근혜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핏물이 빠지지 않는 아버지의 옷을 연방 빨며 남들이 평생 흘릴 만큼의 눈물을 쏟아 냈다.

27세의 박근혜에게 아버지의 측근조차 싸늘하게 변해 가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권력은 칼이다.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쌓이는 원망, 분노, 복수심 등은 되돌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13일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펴냈다. “지난해 테러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삶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자서전 출간 이유.

자서전에서 박 전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틈틈이 시를 써 어머니에게 선물했고 그림도 즐겨 그린 로맨티스트”라고 회상하며 “아버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에는 “아버지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못마땅해 했다. 아버지는 북한이 한국 정부를 궁지로 몰려고 벌인 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고 소개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으로서 한 차례 벌인 ‘일탈’도 소개했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척 하다 경호팀의 눈을 피해 명동으로 향한 뒤 영화를 보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겼다는 것. 그는 “‘대통령의 딸’이란 남들 눈에 공주처럼 보이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감옥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부친 서거 후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18년의 조용한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일기와 독서, 단전호흡, 문화유산 답사를 통해 단련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또 당 대표 시절인 2005년 9월 대연정 담판을 위한 청와대 영수회담을 마칠 무렵 노무현 대통령에게 생신 축하 덕담을 건네자 “나는 태어날 때 태몽도 없었다. 전설이 없는 지도자”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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