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효과 견제위해 X파일 만들어”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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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국가정보원이 ‘MB(이명박) X파일’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국가정보원이 ‘MB(이명박) X파일’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가 8일 청계천 개통 직전인 2005년 3월부터 9월까지 현 정권의 ‘MB(이 전 시장의 영문 이니셜) 죽이기’ 음모가 있었다며 그 배후로 국가정보원을 지목했다.

이 시기는 검찰이 청계천 공사를 둘러싼 서울시의 비리를 조사했던 시점과 일부 겹치는 만큼 정권 차원에서 ‘청계천 프리미엄’을 우려해 오래전부터 이 전 시장을 견제하려 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 전 시장 측, “국정원, ‘왜 MB를 비호하느냐’며 담당자 교체”=이 전 시장 측의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정원의 ‘MB X파일’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거론된 관계자의 실명 공개를 거부했지만 당시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일부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출신 지역과 국정원 내 구체적인 담당업무를 거론했다.

“국정원 국내 정치 담당 책임자인 P 씨가 대구 출신 K 씨에게 X파일 조사 전담팀 구성을 지시했다” “특정 지역의 책임을 맡고 있는 L 씨가 자기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면서 ‘MB 관련 보고서가 누구누구에게 가 있으니 잘 관리하라’고 했다”는 식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통화에서 “여러 등장인물 중 L 씨의 역할이 가장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X파일 작성 추진 시점이 검찰의 청계천 공사 관련 조사가 시작될 시점과 엇비슷한 만큼 X파일 중 일부는 이 전 시장의 재직 시절 대표적인 성과인 청계천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2005년 청계천 공사 관련 검찰 조사가 시작될 무렵 국정원 서울시 담당 책임자가 ‘이 전 시장의 관련 비리를 조사하라고 했는데 왜 한 건도 없느냐. 왜 MB를 비호하느냐’며 (X파일 현장) 담당자를 C 씨로 교체했다”며 청계천 공사 관련 조사가 국정원의 지시로 시작됐는지도 김만복 국정원장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의혹이 사실 아니라면 법적 책임 져야”=X파일 작성 추진 시점과 겹친다고 이 최고위원이 밝힌 청계천 공사 관련 조사는 2005년 당시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청계천변 재개발과 관련해 건설업체에서 뇌물을 받아 구속된 것으로 마무리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야당 경선 후보의 X파일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국가정보원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최고위원은 “전두환 정부 당시 미국 군수(軍需)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도입과 관련해 당시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했는데, 야당 유력 대선 후보가 관련된 내용을 시중에 유포한 적이 있다는 제보도 있다”며 국정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한 주장을 일축했다. 국정원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에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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