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인사들 잇단 대선출마 왜…내년 총선용 길닦기?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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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에서 친노(親盧·친노무현) 성향 대선 예비주자들이 잇따라 출마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일 현재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신기남 김원웅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 유시민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의 친위조직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 대표인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집권당 국회의원이었고 참여정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정당 발전과 정치 발전, 나아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출마) 한다, 안 한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적절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복수의 범여권 의원들은 “이 대표가 최근 일부 종교계 원로를 만나 출마 의사를 밝히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평포럼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이 대표의 출마설은 금시초문이며 조직 내에서조차 논의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친노 주자들의 ‘출마 러시’에 대해 범여권 대통합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총선에서 친노 진영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총선에 출마할 친노 인사들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나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정치컨설팅업체 ‘민(MIN)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합당하는 등 범여권 대통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친노 중심’으로 치르기 위해선 여러 명의 친노 후보가 경쟁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현재 친노 주자들 내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권인 이 전 총리의 출마 배경을 이와 연관시켰다. 그는 “이 전 총리가 4월 말까지는 사석에서 ‘나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출마를 결심한 것은 이렇다 할 후보 없이 대선을 치를 경우 세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 친노 진영 일부 의원이 ‘십자가를 져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심(盧心)의 향방’이 오리무중이란 점도 ‘친노 주자 풍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김두관 전 장관이 이 전 총리를 거칠게 공격하고 ‘이해찬 대세론’과 관련해 김혁규 의원이 “(이 전 총리 측의) 자가 발전 징후가 있다”고 견제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희대 김민전(정치학) 교수는 “친노 진영뿐 아니라 범여권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 후보처럼 월등히 앞선 후보가 없고 대체로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며 “괄목할 만한 후보 몇 명으로 정리가 돼야 노 대통령도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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