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 5인 만찬회동

소주잔 건배 한나라당 지도부가 25일 마련한 대선 경선 후보 만찬회동에서 원희룡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고진화 의원(왼쪽부터)이 소주잔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상임위가 끝나지 않아 조금 늦게 합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정권교체가 최종목표…적은 바깥에”

박근혜 “경선 잘 끝낸뒤 1위에 힘 실어줘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25일 강재섭 대표의 주선으로 다시 얼굴을 맞댔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과 안강민 국민검증위원장, 인명진 윤리위원장도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만찬 회동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서로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얼굴은 붉히지 않았다.

두 후보가 5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강 대표 주선 회동에서 경선 룰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두 주자에게 “심하게 싸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표는 “최근 지방을 다녀 보니 그만 싸우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경선이 끝나면 어금니 깨물고 헤어질 것처럼 하면 되느냐. 경선이 끝나면 대선주자 5명이 모두 힘을 합쳐 대선 승리를 돕겠다고 약속하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 보니 이렇게 화기애애한 모습인데 바깥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후보는 ‘반미치광이’고 참모들은 ‘온미치광이’란 말이 있다. 과잉 충성하는 참모들을 자제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더 과열되지 않도록 자제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 것 아니냐. (주자들끼리) 만나면 나아질 것이다”라며 “최종 목표는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다. 우리의 적은 바깥에 있다. 범여권 세력이 우리를 둘러싸고 음해를 하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경쟁하면서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후보가 냉정하게 나가면 좋아질 것”이라며 “후보 생각보다 (캠프가) 종종 과할 때가 있는데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자제하자. 나 자신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에 대해) ‘위험 수위에 있다’ ‘앙금이 있다’는 기사를 보면 이해가 안 된다”면서 “개인적으로 그런 것이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데 엄청난 싸움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과장”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은 지나친 것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적시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해야지 싸잡아 문제 있다고 하면 문제가 오히려 큰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후보의) 정책이 나오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경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추대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언론에서 의혹이 먼저 제기된 뒤 후보 진영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막아선 안 된다. 하지만 후보 진영이 먼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8000억 원 재산설’과 ‘공천 배제’를 언급한 의원들은 제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여당에서 공격하면 반드시 5명이 공동 대처해 달라”고 주문하며 “검증위의 발표에 대해선 자신한다. 조금도 빠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회동이 끝난 후 “더 과열되지 않도록 후보들이 나서서 자제시켜야 하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경선이 잘 끝난 뒤 1위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줘 정권교체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알려진 것처럼 크게 싸우는 것은 없다. 과장되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