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에 밀어붙인 3대 요구조건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코멘트
《북한은 21, 22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초청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포괄적’ 해결 △향후 북한문제 해결에서 북-미 양자대화의 중요성 인정 △국제금융거래의 정상화 보장 등 3대 요구조건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으로서는 1년 6개월 남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안전’을 확실히 보장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24일 “미국도 힐 차관보의 방북 중 초기조치의 이행은 물론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완전한 북핵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포괄적인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① 북한문제의 ‘포괄적 해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3일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 “포괄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생각을 대변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이날 “힐 차관보가 ‘포괄적(comprehensive)’이란 단어를 거듭 사용하면서 대답한 것은 시사적이었다”며 “그가 언급한 ‘9·19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은 핵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과 관계 정상화, 나아가 지역 안전보장 구도의 근본적 변화를 동반한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22일 1박 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친 뒤 평양을 떠나면서 “우리는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는 그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핵문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해결’을 고수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정책변화다

② 북-미 양자대화 중심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또 “차후 단계에서의 행동조치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진행하였으며, 앞으로 접촉과 협의를 더욱 심화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핵시설 신고 및 불능화(dis-ablement) 문제를 다룰 ‘2단계 조치’의 이행에서 북-미 양자대화를 대화의 중심채널로 가져가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이어 “(북-미) 쌍방은 7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과 8월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박의춘 신임 북한 외무상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 간의 격상된 외교채널 확보 가능성을 높였다.

③ 국제금융거래 정상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 밖에 “1월 베를린에서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대로 이 문제를 털어버리며 앞으로 금융거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방도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테러지원국 지정 및 대(對)적성국 교역법에 묶여 있는 것은 물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자금이 ‘불법 자금’으로 묶이면서 사실상 국제금융거래가 전면 단절됐던 북한으로서는 이 문제를 체제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관련해 반드시 풀어야 한다.

북한은 BDA은행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개설된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와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겸 국가재정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금융 실무 채널을 이용해 향후 금융거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