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보고서’는 뜨거운 감자?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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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한반도 대운하’ 평가보고서 변조 유출 논란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정두언 의원은 21일 보고서를 변조하고 유출한 사람이 ‘특정 캠프의 모 의원’이라며 사실상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

유 의원은 5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수자원공사의 경부운하 보고서의 존재 가능성을 처음 거론했었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정부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기도 전에 내용을 알고 대운하를 공격했는데 그 과정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강연에서 “자료가 유출돼 있으면 보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특정 캠프가 여당과 같이 공모를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캠프의 주장과는 다르게 얘기했다.

이 전 시장은 또 “공직에 있으면서 국가의 예산을 갖고 그런 일(보고서 작성)에 가담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대운하 보고서를 작성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의 녹을 먹는 여러 기관이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은데 ‘MB동향’이니 ‘VIP’ 같은 용어들을 써 가며 보고서나 만드는 건 진짜다 가짜다를 떠나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장광근 캠프 대변인은 “정부가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보고서 변조 의혹에 대한) 방향을 맞춰 놓고 그 방향으로 결론을 끌고 가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검증을 야당 깨뜨리기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체불명의 검증 빅브러더가 한나라당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며 “검은 자료가 야당 내부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유혹을 부추겨 야당 분열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고 이를 통해 득을 보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표 캠프는 발끈했다.

유승민 의원은 “정 의원의 발언은 100%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발언이 사실이라면 제가 국회의원 직을 그만둘 테니 만약 발언이 허위라면 정 의원은 국회의원 직을 그만두라”고 맞받았다.

유 의원은 이날 당 경선관리위원회 산하 네거티브감시위원회와 당 윤리위원회에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진위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이 전 시장 측이 위장전입이 확인됐을 뿐 아니라 차명 부동산, 주가조작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지율이 급락하는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중대한 문제인 만큼 이 전 시장이 직접 견해를 밝히라”고 말했다.

홍사덕 캠프 선대위원장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 전 시장 수하에 있는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고 있다”며 “빨리 이 전 시장이 평상심을 되찾고 캠프를 제대로 장악해서 국민 눈에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속해 주기 바란다”고 이 전 시장 측을 압박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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