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보고서 변조 의혹 파문… 건교부 ‘원본’ 공개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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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19일 국회에 제출한 9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왼쪽)와 왜곡 변조의혹을 받고 있는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 문건의 표지. 제목이 중간보고와 결과보고로, 작성 주체가 수자원기획관실과 TF로 서로 다르다. 김미옥 기자
건설교통부가 19일 국회에 제출한 9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왼쪽)와 왜곡 변조의혹을 받고 있는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 문건의 표지. 제목이 중간보고와 결과보고로, 작성 주체가 수자원기획관실과 TF로 서로 다르다. 김미옥 기자
李건교 증언과 달리 둘다 ‘VIP’ 사용

수송시간 수질영향 수치 등 차이나

전체 양식 엇비슷… 李캠프 “제3의 보고서일 수도”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정부 보고서의 왜곡·변조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가 주장하는 보고서 원본 격인 9쪽(표지 포함 11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를 국회에 제출했다. 언론에는 37쪽짜리 보고서가 공개된 바 있다.

이날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의 내용이 전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했던 답변과 일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관은 국회 증언에서 자신이 보고 받은 보고서에는 ‘VIP(대통령 지칭)’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고 건교부에서도 VIP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VIP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관은 전날 37쪽짜리 보고서에 대해 “오늘 처음 본 문건이다” “건교부 등에서는 VIP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7쪽짜리 보고서에는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라는 제목이 붙어있고, ‘정치권 동향’ ‘언론 및 환경단체 동향’ 등의 항목이 한쪽에 기술돼 있으나 이날 정부가 공개한 중간보고서에는 이 항목이 없었다.

또 9쪽짜리 보고서와 언론 유출 보고서의 세부 항목을 비교해 보면 총사업비가 16조8235억 원과 18조 3180억 원으로 각각 기록돼 있어 언론 유출 보고서에 1조4365억 원이 부풀려져 있었다. 수송 시간은‘48시간’과 ‘46시간’으로 달리 기록돼 있고 ‘수질 영향’ 대목에서는 ‘낙동강 하류 BOD 39% 악화’와 ‘낙동강 하류 BOD 27% 악화’라고 달리 표기돼 있다.

그러나 두 보고서의 체제나 약물 등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언론 유출 보고서는 건교부가 만든 중간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부 내용을 변조하거나 추가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5월 초에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라는 9쪽짜리 보고서를 받았으며 37쪽짜리 보고서는 사전에 본 일이 없다”며 “청와대에서는 VIP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이날 공개된 중간보고서에 대해 이 전 시장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정부 산하 3개 기관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수자원기획관실’ 명의로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와 중간 글씨체, 보고 양식, VIP 용어 사용 등이 37쪽짜리 보고서와 동일하다”며 “37쪽짜리 보고서를 기초로 교묘히 짜 맞추기 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즉 청와대에 보고된 원본 보고서가 아니라 또 다른 제3의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이명박 대운하 죽이기 공작의 실체가 어제 국회 건교위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정점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대운하가 타당성이 없다고 선전하던 자료가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다”며 “청와대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37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해 유통시켰으며 정치권까지 흘러들어갔는지 즉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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