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 공식재산 331억 원…박근혜 측 "해명 부족"

  • 입력 2007년 6월 7일 17시 22분


최근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 진영간 '검증 공방'에서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재산 총액은 현재 33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시장 부부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건물 4채와 토지, 전세 담보금 등으로 이를 공시지가 및 기준시가로 따졌을 때 약 298억 원이며, 이밖에 예금과 출자지분, 승용차 등을 합치면 공식 재산가액은 총 331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지난해 2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밝힌 재산총액(2005년말 기준)인 178억9000만 원보다 152억 원 가량 늘어난 셈으로, 특히 부동산만 약 127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는 실제 이 전 시장이 추가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투자수익을 낸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실제 거래가 없었더라도 변동된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캠프측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11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재산목록을 제출할 계획이다.

항목별로는 건물의 경우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과 서초동 상가건물이 각각 120억 원과 90억 원, 양재동 영일빌딩이 68억5000만 원이었고, 논현동 단독주택이 29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모두 이 전 시장 명의로 돼 있다.

또 부인인 김윤옥 씨 소유의 논현동 토지가 11억5000만 원이었고, 개인사무실인 견지동 안국포럼과 가회동 자택의 전세 담보금이 각각 5600만원과 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캠프 핵심관계자는 "재산 항목은 2002년 시장 취임 당시와 거의 변화가 없으나 법 개정으로 공시가격을 적용함에 따라 부동산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외견상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며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8000억~9000억 원 차명재산 보유설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맏형이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부품회사인 '다스'가 실제로 이 전 시장의 소유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으나 전혀 근거 없는 음해성 헛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박근혜 전 대표측 "해명 부족"… 공세 수위는 조절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측은 7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거액재산 차명보유설 및 투자운용회사 BBK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하게 가려질 때까지 당 차원의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박 전 대표측은 특히 이 전 시장이 직접 회견까지 갖고 "차명으로 단 한 평의 땅도 가진 적이 없고, 단 한 주의 BBK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나선 데 대해 "구체성이 전혀 없는 단순한 해명성 부인"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전 시장 기자회견 직후 안병훈 캠프 본부장과 서청원 고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내부 회의에서는 이 전 시장이 직접 나와 해명한 만큼 캠프가 곧바로 공격의 전면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수위 조절'에 들어간 셈이다.

당 지도부가 검증 공방과 관련해 박근혜 캠프의 최경환 곽성문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고 '18대 총선 공천 배제'라는 초강경 입장을 밝힌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상대편의 적장이 직접 나와서 얘기한 만큼 오늘 하루는 자제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캠프측은 이 전 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설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는 점을 반증한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 중 풀리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당 검증위가 제대로 검증하는 지를 예의 주시하겠다면서 공세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선교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전 시장이 BBK를 창업했다고 언급한 보도에 대한 오보 주장과 BBK의 명함에 이 전 시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명기된 부분 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안풀렸다"면서 "해명이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검증위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또 "이 전 시장의 맏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가 140억 원을 떼인 경로와 이 전 시장은 여기에 어떻게 관여돼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시장이 정말 BBK와 무관하다면 당시 인터뷰 기사를 쓴 기자들은 모두 오보를 했다는 얘기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이 전 시장의 오늘 기자회견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해명이 안됐다"고 강조했다.

캠프 부본부장인 최경환 의원도 앞서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만약 이 전 시장측에서 명확한 해명이 안된다면 이것은 당 검증위에서 검증해야 한다. 피해자가 엄존하고 미국에서 김경 준씨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본선에서 문제가 될 것인 만큼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수사에서 BBK와 이 전 시장이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 세금을 받는 법적 기관인 검찰과 금감원, 국회, 법무법인 네 기관의 말이 다르다면 이 기관들이 직접 국민에게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야 한다. 검찰도 무엇이 진실인 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X-파일 존재의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던 곽성문 의원은 측근을 통해 "당 지도부의 말씀 등이 있어 언론 대응은 당분간 자제한다"면서도 "내가 말한 X-파일은 '검증'과 무관하고 '재산 수천 억설'과도 별개의 개념이다. 이 전 시장을 포함한 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파일을 말한다.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캠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의 주장은 X-파일을 갖고 있다는 게 아니라 X-파일이 만들어졌다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곽 의원을 일단 자제시켰지만 상대방이 곽 의원을 계속 자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말해 사안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캠프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이번 일에 대해 해당행위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데 대해 "해당행위 여부는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한) 조사를 해 봐야 한다"며 반발했다.

한편 박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는 평화방송에 출연해 "당 검증위에 제출한 5건 중 1건은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지만 사생활 관련은 아니다"라며 '내주 중 관련 의혹 5건 추가 제출'과 관련해서는 "'김경준 사건'에 대해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번 전화도 하고 필요한 자료도 서로 교환을 했다"며 최근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BBK 사건과 관련된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이 전 시장은 BBK관련 사건이 검찰에서 종결됐다고 하지만 이는 이 전 시장의 대학후배가 운영하는 S사가 투자금 5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 전 시장의 서초동 집을 가압류하고 이 전 시장과 김 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리 사건을 말하는 것이지 소액주주들의 손해와는 다른 것"이라며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지향형 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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