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은 아직도 ‘선수 모집 중’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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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2일로 2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범여권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가운데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모습이다. 범여권은 지지율 5%를 넘는 유력주자가 단 한 명밖에 없다(1일자 본보 여론조사 기준). 그것도 ‘친정’이 한나라당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당 등 제(諸) 정파가 범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어 그만큼 범여권 유력 후보의 등장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래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선택’은 관심사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범여권 정파 간 세력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다양한 세력과 접촉 독자세력화 길 넓히기

손 전 지사는 17일 ‘선진평화연대’ 출범을 계기로 독자 세력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한나라당 탈당’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치’란 명분을 위해서라도 이미 지어진 둥지에 몸을 의탁할 수는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선진평화연대’는 ‘비(非)노무현 비한나라당’를 기치로 한 ‘정치결사체’. 이를 매개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올 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고건 전 국무총리의 조직을 아우르겠다는 복안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현역 의원이 탈당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정치조직은 피했다는 관측이다.

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광주 전남에서 고 전 총리를 지지하던 인사들이 돕고 싶다는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연대’ 출범 전까지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계획이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범여권 인사들과는 당이 달라 교류가 없었던 만큼 ‘손학규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 이미 송영길 문병호 신학용 한광원 의원 등 열린우리당 수도권 의원들과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의원 등 ‘반(反)박상천 대표’계 민주당 의원들을 모두 접촉했다.

물론 언제까지나 ‘마이웨이’를 할 수는 없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합류 시점’을 기다리며 혼자 뛰겠다는 계획이다.

범여권 주자 중 가장 ‘몸값’이 높은 상황인 만큼 독자 세력화에 성과를 내고, 지지율을 높일 경우 범여권 각 계파와의 제휴 또는 흡수는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우리는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동영, 탈당효과 미지수… 호남 드나들며 고심

김근태, 지지율 낮아… 탈당 안하고 잔류 가능성

천정배, 민주당 ‘배제 대상’ 지목… 운신폭 좁아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 해체를 선언해 대통합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당이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하지만 ‘탈당=지지율 반등’이란 전망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 부담이다.

게다가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 전 의장 때문이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정동영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오더라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와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2003년 5월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때 정 전 의장은 이른바 ‘신주류’의 좌장으로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했다. 하지만 대선을 꿈꾸는 그에게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라는 것은 ‘절대 오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주도하는 열린우리당 추가 탈당파와 함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그룹은 ‘비노(非盧)’계인 데다 여기엔 정 전 의장계인 채수찬, 박명광 의원이 속해 있다. 물론 독자 탈당이란 방법도 있지만 정 전 의장이 ‘원외’의 신분이어서 현역 의원의 합류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정 전 의장은 전북에 국한되지만 호남 대표성을 띠는 인물이다. 범여권 후보의 경쟁력은 호남에 있다. 정 전 의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광주 전남북을 찾는 이유다.

반면 주변의 탈당 압력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심을 미루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당 잔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근태 전 의장은 최근 자신과 정 전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한 전 총리, 김혁규 천정배 의원 등 6명이 참여하는 대선주자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했지만 범여권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미 범여권의 통합 논의가 후보보다 세력 중심으로 넘어갔기 때문. 이에 따라 김 전 의장 진영에서도 ‘당 안에서 할 일이 없으니 탈당을 하려면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탈당 이후의 진로도 불투명한 상황. 무엇보다 지지율이 미미한 범여권 대선주자 중에서 낮은 수준인 지지율이 굴레다.

시민사회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천 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통합의 한 축인 민주당에서는 ‘좌편향 인사’라는 이유로 배제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다 열린우리당과도 각을 세워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이해찬-한명숙, 당 진로 안개속… 출마 14일 이후로

김혁규-김두관, 이달 말 대선 출마 공식선언할 듯

열린우리당 안에서 친노(親盧)로 분류되는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선언을 당의 진로를 결정짓기로 한 14일 이후로 늦췄다.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해지면서 거꾸로 공고해진 친노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조만간 여의도에 개설하는 대선 캠프 성격의 사무실엔 윤호중 백원우 이광재 의원, 정태호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의 강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 충청권 출신이란 점, 국정운영 경험이 있다는 점 등이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친노 인사들의 지지가 이 전 총리에게 총결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총리가 7월 4일 평양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체제 토론회 참석을 위해 재방북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여권 내에서는 8월 중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이 나오고 있어 노 대통령이 이 전 총리에게 ‘대선 특수(特需)’를 선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범여권 대선후보 선호도를 묻는 최근 본보 여론조사에서 14.3%를 기록해 정동영 전 의장(12.9%)을 처음으로 앞선 것에 고무돼 있다. 한 전 총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토대로 당내 친노계와 비노계까지 아우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주축으로 하는 통합신당이 구성될 경우 스펙트럼이 넓은 비노계를 확보하는 주자가 승산이 있는 만큼 이 전 총리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친노계인 김혁규 의원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이달 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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