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방송중립 시스템 마련 권력에서 국민 품으로”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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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 등 언론정책에 대해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귀포=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 등 언론정책에 대해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귀포=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5월 31일과 6월 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변용식 조선일보 편집인)가 제주도에서 주최한 ‘편집국장·보도국장 세미나’에 차례로 참석해 언론관과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 등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두 주자는 언론을 둘러싼 정부의 각종 규제는 최대한 줄이면서 자율성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인 본보 배인준 논설주간의 사회로 진행됐다.》

○ 기조연설 요약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한마디로 나라의 수치다.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 명문화된 것으로 모든 자유 중 가장 근원적인 것이다. 취재의 자유 없이 정부의 부정부패와 밀실행정을 감시하고 막을 수 있겠나. 국가 비상상황 때나 있을 법한 이런 식의 언론 통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집권하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와 기구도 과감하게 철폐하거나 기능을 재조정하겠다. 국정홍보처는 폐지하고 이미 일부 위헌 판결을 받은 신문법도 개정하겠다.

언론 피해 구제를 손쉽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국가기관의 합법적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언론중재위원회의 기능도 재조정하겠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방송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

○ 일문일답

―브리핑룸 통폐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6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입법을 통해 저지하는 데 동참하겠다. 그래도 안 되면 (집권 후) 최소한 현 수준으로 원상 복구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브리핑룸 통폐합 문제를 TV에서 토론하자고 했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의 문제를 토론에 부쳐 여론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참모들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도자의) 주위에는 ‘관(觀)과 철학’을 공유한 사람이 함께 일한다. 지도자의 국가관을 모르고 선택하면 참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 않으냐. 선택이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사 보급소를 조사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반복된다. 정책 광고도 특정 신문엔 배정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 국세청과 공정위가 시스템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의 언론사 상대 소송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

“정부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힘없는 서민이 호소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를 권력기관이 남용해선 안 된다.”

―집권하면 언론과 자주 만나겠는가.

“아버지(고 박정희 대통령)는 매달 기자들과 오찬을 할 정도로 언론에 문을 열었다. 내용이 잘못 알려지면 설명해야지 취재를 막아서는 안 된다. 정론을 펴고 언론과 정치가 긴장감을 유지할 때 국가 지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선진국 언론처럼 자율성을 갖고 정론을 펴는 언론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집권하면 언론 유관단체들의 건의와 지적을 가감 없이 보겠는가.

“언로가 잘 열려 있는 것은 (몸에) 피가 원활하게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피의 흐름이 막히면 병이 생긴다.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보기능을 갖추겠다.”

―방송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는데….

“(방송의 중립성에 대해) 여러 말이 있지 않으냐. 정권이 유혹에 빠지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송 중립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언론사가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의명분이 있다면 지지 후보를 선언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양비론이 문제다. 경선 룰을 놓고 소란이 있을 때 언론이 무조건 ‘왜 싸우느냐, 다 나쁘다’고 하면 원칙이 무너진다. 잘못하면 반드시 짚어 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판단할 수 있다.”

서귀포=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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